남북미 3국 정상의 극적 드라마 ‘김정은 위원장 결단만 남았다’

by김성곤 기자
2018.12.02 20:01:48

한미정상회담, 文대통령 ‘金답방’ 트럼프 ‘제재유지’ 윈윈 효과
한미정상, 김정은 서울답방에 공감대…‘답방 무산’ 분위기 급반전
해방·분단·전쟁 등 한국현대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세기적 이벤트
靑 “가능성 다 열어놓고 대비…온전히 북측 결정에 맡길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4.27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희극과 비극을 반복했던 남북미 3국 정상의 드라마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이라는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남한 방문은 해방, 분단, 전쟁으로 이어지는 한국현대사에서 단 한 번도 성사되지 못한 역사적 이벤트다. 앞서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이 합의됐지만 현실적인 여건 탓에 결국 무산된 바 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시간 11월 30일 오후 3시 30분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센터 내 양자회담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을 가졌다. 회담 시기와 형식을 놓고 잡음이 계속된 것은 물론 격식을 차리지 않는 약식회담을 가리키는 이른바 ‘풀 어사이드’라는 미국 측의 설명으로 홀대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회담 성과는 풍성했다. 한미 정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절묘한 주고받기를 선택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한미정상회담 종료 이후 부에노스아이레스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결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과속양상이 한미동맹의 틀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를 보기좋게 불식시킨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 실현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진전은 물론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에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10월 유럽순방에서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꺼냈던 문 대통령도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추가 조치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이 흐트러져서는 안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대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기조를 재확인하고 제2차 북미정상회의담 조기 개최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윤영찬 수석은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공동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차기 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을 위한 또 다른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한미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하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20일 평양방문 및 백두산 천지 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라는 메가톤급 소식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며 “여기서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의지에도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는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우리나라 보수층의 반대여론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한에 따른 경호문제의 어려움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 난항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 이후로 연기되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불씨를 살린 건 한미정상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이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추가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공감을 표시했다. 사실상 한미정상이 김 위원장을 향해 공동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우리는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대비를 하고 있다. 북한이 어떻게 결정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북측의 결정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은 이제 북한으로 넘어간 셈이다.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는 물론 북미관계는 최대 분수령을 맞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고심 끝에 서울답방을 결단하면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이른바 ‘디테일의 악마’에 빠져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미간 비핵화 후속협상에도 상당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서울답방에 ‘빈손’으로 내려올 가능성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정상이 대북제재 완화의 전제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여전히 강조한 만큼 김 위원장은 가시적인 비핵화 추가 조치를 통해 북미대화의 불씨를 되돌리면서 세계무대에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도 과시할 수 있다. 남은 건 김 위원장의 선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