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보는 유통업 전망은 '흐림'

by김유정 기자
2012.11.20 14:23:14

'경기침체에 정부규제까지'..외국인, 투자비중 줄여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정부가 바뀌더라도 규제 기조엔 변화가 없을 겁니다. 외국인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주식을 안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그들에겐 유통업이 규제산업으로 보이는 거죠.”

국내 투자자문회사 한 임원은 유통업 전망을 어둡게 봤다. 경기를 살리려면 내수진작이 필요하고, 그를 위해 유통업을 살리는 조치가 필요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그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갑게 식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말(2011년 12월29일 종가 기준) 대비 11월19일 현재 각 사 주가
그는 대표적인 예로 현대백화점(069960)과 현대그린푸드(005440)를 들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그룹의 맏형이지만 올들어 외국인들의 투자비중은 연초 43.7%에서 11월 19일 현재 37.2%로 줄었다. 반면 식자재 유통업을 하는 현대그린푸드는 연초 7.5%에서 8.5%로 늘었다. 똑같이 유통업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를 받는 곳(백화점)과 그렇지 않은 곳(식자재유통)의 차이가 외국인 매매동향에 반영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무디스는 국내에서 위험업종 중 하나로 유통업을 꼽고, 신세계(004170)와 롯데쇼핑(023530)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정부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매출이 영향을 받고, 경기 하락의 여파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유통업 전문가들도 내년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유통업체 최고경영자와 학계, 관련단체를 대상으로 ‘2013년 소매유통업 전망’을 조사한 결과, 내년 소매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3.2%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형마트는 2.1%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3%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신장할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직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한파는 더욱 크다. 한 대형마트 직원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보면 꼭 필요한 제품을 최소한만 구입하는 것이 눈에 띈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소비경기는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될 예정이라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일을 현행 2일에서 3일 이내로 늘리고, 영업시간도 오전 8시~자정에서 오전 10시~오후 10시로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당분간 실적 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경기 위축에 과도한 규제, 신규출점을 둘러싼 비난 여론까지 여러 악재들이 쌓여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