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얻은 것과 내준 것은

by윤도진 기자
2011.05.26 13:04:32

극동항 내주고 획기적 경협지원 확보한듯
방문기업 北투자 관측..귀국길 선양 방문 예상

[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5일 3시간 넘게 가진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경제협력 체제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전 중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도 양국간 경협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식통들은 북한 측에서 볼 때 중국과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발특구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약속받고, 그 대신 중국의 오랜 염원이었던 극동항을 중국에 개방하는 방식의 `빅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고 있다.


▲ 원안 중국 훈춘시와 북한 나선특별시 위치 개요(자료: 후둥도편)
26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정상회담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북·중 간 경제협력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대대적인 경협 지원을 위해 우선 북한의 동북단에 위치한 나선특별시를 통해 중국에 동해 출해권을 제공하는 것을 카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선특별시는 동해에 접해있는 북한의 경제개발특구 항만도시로, 중국은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와 이 지역을 연결한 공동 개발을 통해 태평양으로 향하는 극동 항만을 개척한다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

중국은 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을 잇는 창지투(長吉圖) 개발 프로젝트와 동북 3성 개발 성공을 위해 극동항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아쉬운 것이 많은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카드였던 셈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은 대대적인 투자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김 위원장 방중 일정에서 방문한 기업들의 북한 투자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번 방중 행로에서 창춘(長春) 이치(一汽)자동차, 양저우(揚州) 태양광 설비업체인 징아오(晶澳)태양에너지, 난징(南京) 판다(熊猫)전자,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소프트웨어 기업 등 시찰했다.

현지 소식통은 "김 위원장과 일행들이 이 기업들을 둘러본 것은 북한이 투자를 받기 전 직접 업체 현황을 둘러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투자는 중국이 깊숙히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나선특별시와 압록강 하구 황금평에 집중될 전망이다. 황금평은 신의주 일대 곡창지대로 인근 위화도·신의주와 함께 2002년 북한이 경제특구로 지정했으나 중국 측의 소극적 태도로 흐지부지 된 곳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측이 1억달러 규모의 경협 지원과 대대적인 식량 원조를 제시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방중 이레째를 맞은 김 위원장 일행은 이날 베이징 외곽 중관춘(中關村)의 소프트웨어 단지를 둘러본 뒤 오후께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10시경 댜오위타이를 빠져나와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김 위원장과 동행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중관춘내 `상디소프트웨어원(上地軟件圓)`에 김 위원장이 방문한다` `선저우디지털(神州數碼)을 참관할 예정이다`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곳을 방문한 뒤 황금평과 가까운 랴오닝(遼寧)성의 성도 선양(沈陽)에서 추가 일정을 가진 후 귀국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선양에서 황금평 사업을 직접 실행하게될 랴오닝성 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양의 국가급 영빈관인 여우이(友誼)빈관은 29일까지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