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빅2모기지 구제안` 이후 어디로

by김윤경 기자
2008.07.14 14:22:58

`빅2모기지` 구제안..美투자자 심리 일단 누그러질듯
시장 기능 해치는 조치..`장기적으론 불투명` 지적도
WSJ 시장 잠재적 문제 산적..당국 노력 마법탄환 못돼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 구제에 나섰다. 금융 시스템과 금융 시장 붕괴 우려가 불거지자 내린 긴급책이다.

이에 따라 위축될 대로 위축됐던 미국 증시 투자자들의 심리가 펴질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일단 거의 패닉에 가까운 투자자들의 심리를 누그러뜨리는 데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의 잇단 개입은 오히려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는데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유가 등 변수가 많아 이번 조치만으로 현재의 약세장(bear martket)을 극복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뉴욕 증시는 올들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다. 연초엔 급격히 조정을 받았고, 지난 3월 예상치 못했던 베어스턴스 구제안 발표 이후 5월까지 미 증시가 베어마켓 랠리를 구가했지만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대형주 중심의 다우존스 평균 지수로나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로나 모두 약세장에 발을 담근 상태. 지난 주 다우 지수는 1.7% 하락, 1만1100.54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0월 세운 고점대비 22% 밀렸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중앙은행은 패니매와 프레디맥 살리기 공조에 나섰다. 재할인 대출 창구도 열어주고, 필요할 경우 주식도 사 주고 FRB가 관리 감독에도 나서겠다는 것. 美 `빅2모기지` 구제 나서..금융시스템 방어(종합)

양대 모기지 업체 구제안이 다시 시장을 끌어 올릴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일단 최악의 사태에는 빠지지 않도록 브레이크를 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S&P500 및 나스닥100 선물지수는 급등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스털링 스타모스의 채권 부문 헤드 마이클 캐스트너는 "이번 조치는 패니매와 프레디맥 주주들이나 경영진 모두에게 윈윈하는 것"이라면서 "주식 거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 증권사 씽크오어스윔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조 키나한은 "주가지수 선물 9월물은 이미 오르고 있다"면서 "주식 시장의 반응은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래햄 피셔의 매니징 디렉터 조쉬 로스너는 "구제안은 극악무도하고 방어적"이라며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반길 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현재 조치들은 오히려 시장 기능에 있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필요할 경우 패니매와 프레디맥 주식도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규모나 시기 등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걸린다. 당장 어떤 문제도 해소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ABN암로 시드니의 스트래티지스트 그렉 굿셀은 "구제안은 긍정적지만 양대 모기지 업체가 갖고 있는 문제는 어려운 환경에 대한 전조일 뿐"이라면서 "이에 따라 낙관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모럴 해저드를 지적한다. 어떤 형태의 대형 금융사라고 할지라도 결국 정부나 FRB가 구제할 테니 망하진 않을 것이란 믿음 때문에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려고 나설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또 일부에선 정부나 FRB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더 큰 우려가 있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고, FRB를 비롯한 당국의 노력이 약세장에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1987년과 1990년, 1998년 등 잠재된 문제가 아주 심각하지 않았을 때엔 정부의 개입이 상황을 진정시키며 시장을 바로잡았지만, 문제가 깊고 클 때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의 경우가 그랬다. FRB는 빠른 속도로 금리를 끌어 내렸고, 9.11 테러 이후 주식 시장은 반짝 반등했지만 다시 내려 2002년에 신저점을 형성했다.
 
2007년 이후 현재의 상황은 그 때와는 다소 다르지만 주택가격 하락과 소비 둔화, 유가 급등 등은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고 금융 시스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가 만연하다는 점에선 그 때와 같다. 
 
하지만 조만간 바닥을 확인할 것이란 주장도 없지 않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대표 데이비드 코톡은 "시장은 계속 떨어져 왔고, 아마도 더 많이 내릴 것"이라면서 "그래도 은행주들은 바닥을 쳤다고 보고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디폴트(default) 상황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금융주를 빨리 사들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 2007년 8월 신용위기 이후 美증시 추이..FRB의 금리인하나 유동성 공급책, 베어스턴스 구제책, 모기지사 대출 확대 등이 발표된 이후 증시의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