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MS, 40조 AI펀드 조성…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박차(종합)

by김상윤 기자
2024.09.18 15:20:55

채권발행 등 외부자금 조달 포함시 133조원 규모
UAE AI투자사 MGX와 AI칩 최강자 엔비디아도 참여
美정부가 큰 그림 그리고, 민간이 대규모 투자참여
사우디도 53조원 투자...미국과 중동간 협업도 주목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인공지능(AI) 선두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천문학적 규모인 300억달러(약 40조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 데이터센터, 발전소 등 AI 인프라 시설에 투자한다. 시장에서는 AI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두 회사는 여전히 AI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보고 강한 ‘베팅’에 나선 것이다. 민간이 주도해 투자를 이끄는 모습이긴 하지만, 미국 정부가 큰 그림을 짜면서 AI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랙록과 MS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GAIIP)을 체결하고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위한 300억달러 이상 규모의 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민간 자본을 동원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같은 AI인프라를 구축하면 수조달러 규모의 장기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금융·업계 리더들을 한데 모아 미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조성 후 채권발행 등을 통한 외부 자금까지 조달할 경우 투자 잠재력은 최대 1000억달러(약 133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련 업계에선 보고 있다. 아울러 투자는 대부분 미국에서 이뤄지지만, 투자자금 일부는 미국 협력국을 대상으로도 일부 진행할 예정이다.

GAIIP에는 아랍에미리트(UAE)정부가 지원하는 AI 투자 회사인 MGX와 AI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도 포함돼 있다. MGX는 펀드의 위탁운용사(GP)가 될 예정이며, 엔비디아는 인프라 설계 등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계획이다. 블랙록이 지난 1월 약 125억달러에 인수한 인프라 투자사모펀드인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가 직접 펀드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블랙록과 MS가 대규모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AI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데이터 처리를 위한 전문 데이터 센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모델은 상당한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규모 전력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현재의 10배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체 전력수요는 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역의 에너지기업들은 전력 소모가 많은 AI 데이터센터의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용량을 늘리고 있다. 석탄 및 가스발전소 폐쇄를 늦추고 있고 새로운 가스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또 태양광 및 풍력발전소와 같은 청정에너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대거 늘어나고 있지만 충분한 전력이 뒷받침되지 못해 오랜 기간 전력망 연결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블랙록과 MS는 이미 미국 의원 및 규제당국과 인프라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 미 정부는 최근 오픈AI, 엔비디아, MS 등 주요 AI기업과 함께 AI데이터센터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는데, 미국 정부가 전체 그림을 그리면서 민간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국가경제위원회, 국가안보위원회, 백악관 부참모장실이 이끄는 AI데이터센터 TF는 공공-민간 협력과 업계 내 인력·허가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잡고 있다. 향후 미국 경제의 근간이 될 AI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제조, 전력 인프라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자금 확보를 총괄하는 조직인 셈이다. TF는 국가경제위원회, 국가안보위원회 등이 주도하는 데 AI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AI투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AI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머니’를 쏟아부으며 글로벌 AI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최근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호로비츠와 업무협약을 맺고 AI 분야에 400억달러(약 53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같은 소프트웨어부터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하드웨어까지 AI공급망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아리존에 따르면 사우디에는 24개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37개가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특히 미국 정부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간 협업도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이 AI 칩을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AI 칩 수출에 대한 전면적인 새 규제를 부과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 엔비디아 최신칩인 H200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도 올 1월 AI 등 신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 정책을 만드는 ‘AI 및 첨단기술위원회(AIATC)’를 설립하고, ‘MGX’를 설립해 AI인프라와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블랙록과 MS의 3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MGX를 굴리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동 간 AI공급망이 단단하게 구축되는 모습이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의 클론 키친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사우디뿐만 아니라 UAE와 같은 영향력 있는 파트너와 AI 협력 관꼐를 만들면서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향후 미국의 글로벌 AI개발에 대한 청사진이 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글로벌 기술 지형이 더욱 세분화하고 미국과 중국간 기술 경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