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떠났던 머스크, 다시 '트럼프 백악관' 자문 맡나
by이소현 기자
2024.05.30 10:28:48
머스크, 트럼프와 동맹 맺을지 주목
WSJ "트럼프 재집권시 정책 자문역 고려"
'파리협정' 탈퇴에 2017년 경제 자문단 사임
대선 후보 공식 지지 아직…"바이든에 멀어져"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가운데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다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책 자문역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백악관 경제 자문단에서 사임했던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시 동맹을 맺게될 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5월 30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을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 9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된 후 스페이스X 설립자 일론 머스크(오른쪽)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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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머스크를 정책 자문역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며, 이를 머스크와 상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머스크가 목소리를 높여온 국경 안보(불법 이민)와 경제 관련 정책에 대해 공식적인 제안을 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다만 머스크에게 정책 자문역 역할을 맡기는 안이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며,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 간의 이런 논의는 지난 3월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자 넬슨 펠츠의 해안가 저택에서 이뤄졌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머스크의 정책 자문역 임명과 관련해 브라이언 휴즈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각 개인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유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머스크 측은 이에 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와의 관계가 다시 밀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은 “한때 얼어붙었던 둘의 관계가 해빙됐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오락가락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에 합류해 자문위원으로 일했으나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구온난화 대책을 위한 국제적 틀인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탈퇴하자 이에 반발해 사임했다. 이와는 별개로 2018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호무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다 머스크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선 작년 11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지지를 선언했고, 지난 3월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후보에게도 기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 2017년 2월 3일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식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인사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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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아직 이번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다만 머스크는 지난 3월 공개된 CNN과 인터뷰에서 “나는 바이든에게서는 멀어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벤처 자본가 피터 틸 등 억만장자들과 저녁 모임을 하며 바이든의 재선을 저지하는 방법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달 초 나오기도 했다.
2년 전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는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고받는 사이였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한 달에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바이든 대통령에 관해 부정적인 글을 엑스에 올린 것이 올해 들어 4개월여간 약 40회로, 지난해 연간 약 30회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지난 24일 보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30여차례 글을 올렸는데 대체로 옹호하는 의견을 보였다. 머스크가 다른 소셜미디어 수장들과 달리 이처럼 정치적인 발언을 지속해 나가는 이유엔 2년 전 인수한 엑스(X, 옛 트위터)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머스크가 특정 후보 지지 선언에 나서지 않은 것은 사업 특성상 특정 정당에 편중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기차(EV) 대기업 테슬라나 우주 개발 기업 스페이스X가 보조금 및 각종 구매 계약을 통해 미 정부와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