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태업 첫날…“1분도 못 참아” vs “기다릴 수 있다”

by김미영 기자
2023.06.08 10:50:36

8일 오전 서울역·용산역 둘러보니
심각한 열차 지연·중단 없어…1~4분 지연
승객들 “미리 안내받아 불편없다”
태업 보는 엇갈린 시각…‘이유’ 잘 모르기도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이영민·김영은 수습기자] 철도노조가 시한부 준법투쟁을 시작한 첫날인 8일 오전, 서울역과 용산역 등지에선 심각한 열차 지연·중단은 없었다. 승객들은 노조 태업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지만, 태업의 이유에 대해선 대체로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서울역, 용산역 풍경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도노조 태업으로 인해 일부 전동열차의 운행이 지연되고 있으니 참고바란다”는 안내가 역사 내 스피커방송, 전광판을 통해 계속 나왔지만 승객들의 동요는 없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열차 등 무궁화호 4편 운행 중단은 미리 공지된 상황이었다. 춘천발 ITX-청춘, 목포행 KTX 등이 지연됐지만, 모두 1~4분 정도였다.

8일 오전 서울 용산역의 전광판(사진=김영은 수습기자)
열차 지연에 항의하거나 환불·교환을 요구하는 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용산역의 코레일 직원도 “항의하는 분은 없었다”고 했다.

승객들은 대부분 철도노조 태업에 따른 열차 지연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최모(42)씨는 “어제 부산행 KTX 티켓을 예약하려고 하니 어떤 열차가 취소될지 안내하더라, 문자메시지도 받았다”며 “열차 이용에 불편함은 없다”고 했다. 김모(37)씨는 “어제 저녁에 안내를 받아서 열차 이용에 딱히 불편함은 없다”며 “열차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시간대가 늘면 달라지겠지만…”이라고 했다.

노조 태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갈렸다. 용산역에서 여수행 KTX를 기다리던 60대 이모씨는 “내가 탈 열차는 지연 안됐지만 나는 1~2분 지연되는 것도 싫다”며 “요즘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돈 벌러 움직이는 사람들에 파업으로 불편을 주고 발목 잡아선 안된다”고 했다.



반면 광주행 KTX를 기다리던 80대 오모씨는 “전광판에 1~2분 지연이라고 써있는데 이렇게 몇 분씩 지연되는 건 괜찮다”며 “우리 아들·손주들이 먹고 살려고 파업하는 건데 고작 몇 분 정도로 화내고 싶지 않다,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철도노조가 태업에 나선 ‘이유’에 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승객이 많았다. “민주노총이랑 한국노총 다 하니까 별 뜻 없이 하는 거 아니냐”, “왜 파업하는지 몰라서 지지하거나 반대하지도 않는다”, “(태업이) 철도 민영화 때문이라면 민영화해선 안된다”는 등의 반응들이 나왔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서울역 대합실에선 철도노조원 20여명이 피켓시위를 벌였다. 피켓엔 “국토부는 SR 부당특혜 중단하고 고속철도 통합하라”, “죄석은 늘리고 10% 운임 인하! 수서행 KTX를 운행하면 지금 당장 가능합니다” 등 글귀가 적혀 있었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고속철도인 SRT 운영사인 SR에정부가 출자를 추진해 부당특혜를 주려 한다며 KTX와 SRT 통합을 요구 중이다.

철도노조의 준법투쟁은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노조는 15일엔 총력결의대회, 오는 9~10월에는 총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코레일은 투쟁기간 동안 승차권 환불(취소)과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운행 중단된 열차를 예매했던 고객들에겐 개별 문자메시지를 보내 별도로 안내한다.

8일 서울역 역사 안 모습(사진=이영민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