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만 온라인 판매하는 현대·기아차, 국내선 '온'자도 못꺼내

by이승현 기자
2020.06.07 16:14:43

유럽 전역서 활용할 온라인 판매 시스템 개발 나서
지난달 플랫폼 전면 도입한 미국선 판매실적 개선
현대·기아차 멈춰 있는 동안 수입차는 서비스 '진일보'
美 '클릭 투 바이' 대안으로 등장..본사·판매조직 상생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도입한 ‘클릭 투 바이’ 시스템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들어 해외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오프라인 영업조직을 통한 자동차 판매에서 한계를 느껴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온라인 판매의 ‘온’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판매노조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있어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유럽시장 전역에서 활용할 온라인 판매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이 시스템은 차량 상담부터 옵션 선택, 구매방법 선택, 결제 등 차량구매의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차량은 영업소를 따로 찾아갈 필요 없이 구매자의 집 앞으로 배송한다. 차량 구매 과정에서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미국과 인도에서도 비대면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지난달부터 전면 도입했다. 중국에서도 상반기 중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7년부터 영국과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며 문제점을 찾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자 보다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클릭 투 바이’를 운영한 덕분에 지난달 판매 감소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월 현대차 미국 판매량은 5만8969대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13.8% 줄었으나 이는 전달(-39%)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3분의 1로 축소된 것으로 “선방했다”는 평을 받았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내셔널세일즈 담당 부사장은 “온라인 판매 도입과 적절한 고객 프로모션 덕분에 주목할 만한 실적 반등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관련된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하지만 문제는 국내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온라인 쇼핑이 발달해 있지만 국산 자동차는 온라인으로 살 수 없다. 판매조직의 반대 탓에 현대·기아차 등 제조사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고 있어서다. 이로 인한 1차적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입고 있다. 온라인 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오프라인 판매에 들어가는 고정비 부담이 없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것인데 자동차는 이같은 혜택을 소비자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차값의 10% 가까이가 영업조직의 판매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6~7% 정도 가격 하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가 판매노조에 발이 묶여 있는 동안 경쟁상대인 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은 온라인 판매 경쟁력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온라인 판매 비중을 전체의 2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볼보는 작년부터 영국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포드는 중국 최대 상거래기업 알리바바와 온라인 판매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폭스바겐,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온라인으로 견적내기와 차량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나오는 대안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하고 있는 ‘클릭 투 바이’ 서비스 모델이다. ‘클릭 투 바이’는 제조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판매조직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에서 나오는 이익을 판매조직이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시스템 특성덕분에 미국 내 모든 현대차 딜러가 클릭 투 바이에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제조사와 다른 오프라인 판매조직이 판매를 전담하는 딜러제가 자리잡은 시장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판매조직이 전략 수정을 모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클릭 투 바이’와 같이 국내에서도 판매조직이 직접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운영, 이익을 가져가게 되면 수익 감소나 일자리 축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시대가 변하는 만큼 판매조직이 현실에 안주해 온라인 판매를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을 통한 활로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