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파장..기름값 `영향 적고`, 수출업체는 `잔고 걱정`

by김현아 기자
2012.06.26 12:33:33

미국 제재는 피했지만 EU에 발목
정유사, 대체 수입선 확보 가능
2000여 수출업체는 비상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내달 1일부터 이란산 원유수입이 중단되면서, 정유업계와 대이란 수출기업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영국산 브렌트유나 쿠웨이트산 원유 등으로 수입 대체가 가능한 반면, 이란 수출기업들은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원화 수출대금 결제계좌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 이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적다는 평가.유럽발 경기 침체가 여전한 데다 지난 주 초 석유수 출국기구(OPEC) 지도부가 모여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물량을 줄이지 않고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EU의 이란산 원유 수송선박에 대한 재보험 제공 거부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SK에너지(096770)와 현대오일뱅크는 내달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8718만4000 배럴의 원유를 이란에서 수입했는데, 이는 국내 전체 수입물량 9억2676만3000배럴의 9.4%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미 이란산 원유수입을 줄여온 데다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국가 뿐 아니라 한-EU FTA로 관세가 없어진 북해산 브렌트 유 등으로 대체가 가능해 별 문제 없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대체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수급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기름값 역시 연내 급등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

문충걸 한양대 교수는 “적어도 3~6개월까지는 이란 사태로 인한 기름값 인상 가능성이 없다”면서 “그리스 사태 등 유럽발 경제위기가 지속돼 원유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주 OPRC 지도부가 모여 물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하면서 국제 유가 급등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면서도 “유럽의 경제상황 회복 속도나 겨울에 난방수요가 집중된다는 점, 프랑스나 중국 등의 성장기조 정책 등에 따라 장기적으로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에 자동차와 철강판, 합성수지, 냉장고 등을 수출하는 2000여개 기업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7월 1일부터 이란산 원유수입이 중단돼도 기존에 원유 수입 대금으로 받은 원화가 수출대금 결제계좌에 남아 있어 당장수출 대금 결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통장잔고가 언제 바닥날지 걱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이란 수출량 강제조정,이란외 다른 국가로의 수출선 변경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수출대금 결제계좌의 잔고가 갑자기 바닥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에 특별조치 조항을 넣었다”면서 “유관기관이나 협단체가 전략물자관리원에 (대이란수출을 못하도록) 비금지인증서의 발급을 제한토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최소한 내년 3월까지 이란 수출기업들의 대금 결제계좌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코트라는 오는 7월 3일 대이란 수출기업 거래선 전환 지원을 위한 설명회를 연다.

수출 업체 관계자는 “이란이 아닌 인접국을 통한 우회 수출은 가능하지만 수출대금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는 지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국제사회의 이란제재가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원화 수출대금 결제계좌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하며, 알더라도 사재기 등이 염려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