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귀환)②`캐리 트레이드 종료` 선언해도 될까

by김윤경 기자
2008.08.11 14:43:56

美 경기둔화 "아직도 진행중"
증시 부양효과에도 `의구심`
FT "캐리트레이드 종료" 주장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힘을 찾은 달러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그 배경이 되고 있다는 측면에선 여전히 달러에 대한 신중론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통화 가치가 제대로 회복되기 위해선 미국 경제의 회복이란 구체적인 `체질개선`없이는 진정한 것도 아니거니와, 계속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달러 상승-유가(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돼 왔던 캐리 트레이드가 종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가 더 갈 것이냐` 논란을 떠나 신용위기가 1년을 넘기면서 글로벌 시장의 기류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달러 강세는 그동안 성장 둔화와 쌍둥이 적자 확대, 마이너스(-)였던 실질 금리 등으로 고전했던 미국 경제에 더 이상 짐이 되지는 않겠지만, 급작스러운 랠리에 따라 상승에 성급하게 베팅하지 말라고 11일 보도했다.


모간스탠리는 오는 10월까지 달러 가치가 여전히 사상 최저점(유로대비 1.60달러)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신용 손실도 늘어나면서 FRB가 조만간 금리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바클레이즈와 메릴린치는 달러가 지난 3주간 6개 주요 통화에 비해 5.1% 뛰었지만, 이것이 연 평균 4.23%의 성장률과 3.3%의 물가상승률을 보였던 1990년대 달러화 패권을 찾을 것이란 신호는 아니라고 밝혔다.

모간스탠리의 스트래티지스트 소피아 드로소스는 "유로 대비 달러 강세의 추세를 좇지는 않을 것"이라며 "달러는 아직 숲을 빠져나오지 못했고, 전망을 바꾸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39명의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 따르면 이들은 내년 말 유로/달러가 1.4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달 15일 1.6038달러를 기록한 데서 6.4% 오르는 정도다.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는 미국 증시엔 (단기적으로)당연히 도움이 된다. 그동안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려 온 만큼 상품 시장에서 급속히 빠져나간 자금들이 달러를 사들인다면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것인만큼 이 또한 반가운 소식.

하지만 이 짝지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엔 서브프라임 발 경기후퇴의 전세계적인 전염에 따른 효과란 이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유가는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과 더불어 이머징 경제까지 둔화의 덫에 빠지면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때문에 빠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이들 경제의 둔화로 아직도 미국 경제가 체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가운데 달러 가치가 상대적인 상승을 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주목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와 달러가 희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신용 시장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고, 은행과 증권사들은 여전히 추가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주택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등 미국 경제의 진정한 회복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스트래티가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제이슨 드세나 트레너트는 "회사채 시장이 큰 부정적 지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이 최악의 상황에서 반등하고는 있지만 회사채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현재 메릴린치의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와 미 국채간 스프레드는 3.01%포인트. 지난 달 14일 2.99bp 보다 상승했다.

기업 실적도 증시에 원군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편입기업 순익은 2분기 전년대비 22% 급감했다. 7월초 예상했던 것의 배에 달하는 감소율이다.
 


한편 강달러 시대 개막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환 시장 기류 변화에 따른 결과 중 하나로 `캐리 트레이드` 종료를 들었다. 
 
FT는 `렉스` 칼럼에서 저리(低利)의 엔 등을 빌려 고수익 통화 자산에 투자하던 캐리 트레이드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적어도 외환 투자자들의 패턴을 볼 땐 그렇다는 것이다.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통용되던 호주 달러는 지난 주 미 달러에 비해 4% 이상 급락했고, 캐나다 달러의 낙폭 역시 마찬가지. 브라질, 러시아 통화 가치도 떨어졌다.
 
FT는 모든 현상의 `주범`을 달러로 지목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유럽 성장 둔화를 유발했고, 달러 자체가 싸진데 따라 (매수세 유입으로)달러 가치가 상승해 이같은 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상품 가격의 약세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