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07.17 15:33:05
오태진 기자의 ''이 맛''
동해시 어달해수욕장 다이버수산
[조선일보 제공]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북쪽, 어달동 해안도로 바로 곁에 뜻밖에 아담하고 호젓한 어달해수욕장이 있다. 해변 길이가 300m도 채 안 되고, 백사장 폭도 20~30m로 좁다. 그러나 모래는 곱고, 파도는 잔잔하고, 물은 바닥이 훤히 비쳐 보이도록 깨끗하다.
맑은 날 토파즈처럼 투명한 해변 물빛이 먼 바다로 갈수록 에메랄드를 거쳐 코발트로 짙어진다. 평균 깊이도 1m밖에 안 된다. 개장 초 한가한 해변이 마치 개인 소유 프라이빗 비치라도 온 것 같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에겐 시들하겠지만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에겐 자연 풀장처럼 편안하겠다.
느긋하게 거닐자니 어선 한 척이 들어와 해변 천막가게 한 곳에 커다란 플라스틱 상자를 부려놓는다. 멍게와 성게가 한가득이다. 자연산 멍게, 오랜만이다. 게다가 연중 멍게 맛이 가장 좋을 철이다. 곧장 가게로 따라 들어가 멍게 한 접시를 시켰다. 한 점 집어 먹으니 쌉싸름한 첫맛이 아연 입맛을 일깨우고, 상큼한 향이 입안을 상쾌하게 가셔준다. 혀에 달큰하게 와닿는 뒷맛. 속까지 개운하게 가라앉는다. 멍게 향은 두어 시간이 지나도록 입안에 은은하게 머물러 있었다.
양식 멍게는 겉이 밝은 주황인데 비해 자연산은 거무튀튀하다. 바위에 달라붙는 뿌리 부분에 해초와 돌조각 같은 것들이 잔뜩 붙어 있다. 맛이 덜 쓰고 더 달다. 무엇보다 생생하다. 여름엔 글리코겐 함유량이 겨울보다 8배나 많아져 맛이 최고조에 이른다. '글리코겐의 왕'이라는 굴과 맞먹는 함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