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재림 기자
2001.03.16 15:00:43
[edaily] 일본은 아직 심각한 위기가 아니지만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결정과정에서 지뢰밭을 건너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CBS마켓워치가 15일 보도했다.
일본 금융 시스템의 위기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일본 은행들은 이미 68조 엔의 무수익 여신을 정리했지만 30조 엔이라는 부실채권을 여전히 짊어지고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일본의 19개 시중은행에 대해 "부정적 감시대상"으로 분류한 것도 투자가들에게 새로운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일본 닛케이 지수가 16년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평가 손실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파산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시스템의 붕괴와 일본이 대외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지난 15일 도쿄증시 1부에서 토픽스 지수는 1183.79을 기록했다. 이 수준에서 다이와 은행의 경우 1250억 엔의 주식보유평가손을 입게 되고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은행들은 정부에 의해 국유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이와를 비롯한 일본은행들은 공적자금을 받는 대가로 1999년 일본 정부에 우선주를 발행했었기 때문이다. 우선주를 소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일본은행들이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의 주식을 회사 일반주로 전환할 수 있다.
일본이 갖고 있는 이 같은 문제는 금융부문 기업부문 그리고 정치계 등 국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 은행은 대출을 잘못 결정하는 실수를 했고 기업들은 초과지출을 일삼고 구조조정에 힘쓰지 않았다. 또 은행과 기업 모두 회계장부를 전부 공개하지 않고 부실채권 규모를 숨겨왔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효과적이 정책을 펼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일본 중앙은행이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하는데 지나치게 느린 모습을 보여왔다. 재정부문의 긴급경기부양책도 경기를 부양시키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일기 시작했다. 미야자와 재무상은 일본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정책으로 일본은 GDP규모의 1.3배에 달하는 부채를 짊어지게 됐고 그는 일본 재정이 파국상태에 가깝다고 지난주 지적했었다.
그러나 주가가 16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떨어지고 일본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야자와 재무상은 주식을 매입하는 민간펀드에 대해 정부가 보증하겠다고 제안했었다. 시중은행들은 주식매입기구에 자금을 빌려주고 주식매입기구는 다시 은행들이 장기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을 매입하게 될 전망이다.
일본 자민당의 슈오자키도 의원도 1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파산하도록 방관할 수 없다며 은행들에 투입할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또 산와은행 도카이은행 등이 합병해서 탄생하게 될 UFJ홀딩스가 계획보다 큰 폭으로 부실채권을 정리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이 "제로금리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희망적인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연방준비은행 앨런 그린스펀 의장도 20일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이와 같은 조치들이 현실화 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시장에는 이와 같은 조치들이 일본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어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어려운 길을 걸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