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는 7억 준다는데…" 일본 열도 흔드는 '성과급 격차'
by김주환 기자
2026.06.29 07:58:56
닛케이 "성과 대비 임직원 보상 부족" 주주 비판
SK하이닉스·TSMC 등 경쟁사 성과급 체계 대조
일본 특유의 '균형 임금'·연공서열 문화 걸림돌
[이데일리 김주환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실적 개선을 이룬 일본 반도체 기업들이 정작 보상 구조는 과거 체계에 머물러 있어 주주와 시장의 거센 비판 직면했다. 한국과 대만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성과급 격차가 벌어지면서 핵심 인재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25일 열린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회사의 급격한 실적 호조에 비해 임직원에 대한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인재 유출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한 60대 주주는 “직원들에게 성과를 제대로 분배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회사로 떠날 것”이라며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만 일할 동기가 생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30대 주주는 “최소한 글로벌 경쟁사와 유사한 수준의 보상 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키옥시아의 향후 실적 전망을 고려할 때 성과급 규모를 파격적으로 확대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전망치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2027년 3월 기준 영업이익은 약 7조 3900억엔으로 전년 대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처럼 영업이익의 약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경우, 직원 1인당 약 5000만엔(약 4억 8000만원) 수준의 보상이 가능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그러나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는 구조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키옥시아는 과거 도시바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여전히 구 도시바 시절의 보수적인 임금 체계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어, 대규모 성과급 도입을 위한 내부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기업 전반에 뿌리 깊은 연공서열 중심 문화와 직원 간 격차를 꺼리는 ‘균형 임금’ 기조도 급격한 성과급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대만의 경쟁사들은 이미 철저한 성과 기반의 보상 체계를 가동하며 인재 가두기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약 1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기로 노사 합의를 마쳤다.
삼성전자 또한 사업부별 성과에 연동된 보상 체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대만 TSMC 역시 순이익의 약 12%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글로벌 인재 영입에 힘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AI 반도체 호황은 단순한 설비 투자 경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인재 전쟁 국면”이라며 “성과에 연동된 과감한 보상 체계를 도입하지 못한다면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핵심 인재 확보 경쟁에서 영원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AI 반도체 시장의 확대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키옥시아를 둘러싼 성과급 논란은 일본 기업 전반이 보수적인 보상 구조를 깨고 구조적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