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1000조원 넘겼다…활기 되찾는 유럽 M&A 시장

by김연지 기자
2024.11.04 11:04:46

올해 3분기까지 유럽 M&A 거래 규모 1109조원
영국·프랑스·독일서 조 단위 거래 ''현재진행형''
"금리 인하&인플레 통제에 M&A 움직임 강화"
올해 유럽 M&A 거래가치, 전년 대비 20% ↑전망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강력한 거래 흐름을 보인 유럽 인수·합병(M&A) 시장 두고 현지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내뱉는 말이다. 올해 거래 건수 및 규모가 지난해 연간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유럽 M&A 시장이 조만간 지난 2021년도만큼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지난 2013년부터 2024년 3분기 말까지 유럽에서 이뤄진 M&A 거래 추이.(사진=피치북 보고서 갈무리)
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분기(9월 30일 기준)까지 유럽에서 이뤄진 M&A 거래 규모는 8037억달러(약 1109조 5078억원)를 기록했다. 피치북은 현재도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 조 단위 M&A 거래가 체결되고 있는 만큼, 올해 M&A 건수나 규모는 작년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M&A 건수 및 거래 규모는 최고점을 찍은 지난 2021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 2021년, 유럽 M&A 거래 건수는 1만 7648건으로, 거래 규모는 1898조원을 기록했다. 2022년 거래 건수는 1만 7558건으로 작년 연간 규모와 비슷했으나, 유동성이 메말라가면서 거래 규모는 1516조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고금리 여파가 진했던 2023년에는 1만6803건에 1235조원이 거래됐다.

올해 다른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치북은 “금리 인하로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고, 매수자와 매도자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눈높이 또한 좁혀지기 시작했다”며 “이러한 분위기에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도 상장사를 중심으로 한 M&A 거래를 늘리고 있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탄력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올해 3분기까지 조 단위 상장사에 대한 M&A 거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기반의 사모펀드운용사 EQT는 캐나다연기금(CPPI), 싱가포르 테마섹 등과 함께 미국의 비디오 게임 전문 번역 업체이자 더빙사인 ‘키워즈스튜디오스’를 27억달러(약 3조 7273억원)에 품었다. 지난 1998년 설립된 키워즈스튜디오스는 글로벌 상위 게임사 24개사에 비디오게임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3분기에는 23조원에 육박한 대형 M&A 거래도 이뤄졌다. 덴마크 물류기업 DSV는 독일 국영 철도회사 도이체반의 100% 자회사인 물류운송 서비스사 ‘DB쉥커’를 품기로 한 것이다. DB쉥커는 구제물류주선(포워딩)과 계약물류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인만큼,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과 해운 대기업 등이 눈독을 들였던 딜이다.

4분기에도 조 단위 거래가 속속 체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랑스 보험사 AXA는 자산관리 부문인 AXA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를 약 55억달러에 매각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고, 스웨덴 기반의 국제 스포츠미디어사 ‘스프링미디어’는 런던 스포츠 기업 투써클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피치북은 “유럽의 M&A 거래 시장은 올해를 강력하게 마무리할 것”이라며 “4분기에도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고, 이르면 올해 총 거래 건수는 1만9000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전년 대비 유럽 M&A 시장의 거래가치는 2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