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꺾인 주택경기…금융당국, 부동산 신탁사 실태 점검
by문승관 기자
2020.04.15 14:12:20
내달 새 자산기준 분류안 적용 점검
지방 사업장 PF대출 부실 등도 대상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신탁사에 대한 고강도 점검에 나선다. 이달 1일부터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 제도를 시행한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경기 둔화가 가팔라지면서 부동산 신탁사의 사업장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15일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해 부동산 신탁회사에 대한 사업장별 실태 점검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장별 사업성과 신탁계정대여금의 부실화 가능성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점검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달 중에 현장 점검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방사업장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전성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어 신탁사업장 지역별 사업 포트폴리오 분석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1일부터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신탁계정대여금의 자산건전성 변동을 적시에 감지할 수 있는 부동산 신탁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신탁사는 실제 분양률 수준에 따라 신탁계정대여금 건전성 분류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영업용 순자본 산정 시 신탁계정대여금의 건전성에 따라 자기자본 차감비율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 당국은 토지신탁의 사업장 리스크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업무보고서 서식을 7월부터 개정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의 새 자산기준 분류안 시행으로 부동산신탁사 차입형 토지신탁 개별 사업장 중 요주의, 고정 사업장이 증가하고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당국은 각 부동산 신탁사 차입형 토지 신탁 개별사업장 분양률과 준공 시점 실제 입주율, 충당금 적립 여부, 이에 따른 수익성 저하 여부 등에 대해 중점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차입형 토지신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분양대금을 사업비로 먼저 사용하고 부족분이 발생하면 부동산 신탁사의 대여금으로 충당한다. 부동산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면서 사업장에 대한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를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는 신탁사의 사업장 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월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는 64.9로 지난해 12월 84.4와 비교해 19.5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심각 단계 상황이 여전한데다 주택사업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공급시장의 불확실성과 리스크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권신애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부동산 신탁사의 재무안정성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기존 사업장의 분양일정을 연기하는 사태가 이미 발생하고 있고 사업장의 전반적인 분양일정과 분양률 역시 과거에 비해 낮아지거나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권 선임연구원은 “이는 부동산 신탁사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과거보다 부동산 신탁사의 신탁계정대여 금액이 커졌는데 이는 곧 신탁사의 신용도로 조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 규모와 부담까지도 함께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