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홍남기 “文대통령께 ‘격주 보고 정례화’ 요청할 것”

by최훈길 기자
2018.12.04 10:05:08

경제부총리 후보자 청문회 모두발언
“정부내 두 목소리 나오지 않도록 할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경제팀이 원팀이 되도록 소통하고, 정부 내 두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율하겠다”며 “대통령께도 ‘격주 보고 정례화’를 요청 드리겠다”고 말했다. 불화설이 제기됐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선례가 재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청문회 모두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정성호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저는 오늘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로서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기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부모님은 6.25 전쟁 중 각각 원산과 해주에서 혈혈단신 피난선을 타고 내려오셨고 부산 국제시장에서 서로 만나 춘천에 정착하셨습니다. 이렇게 무(無)에서 시작하신 부모님처럼 제로베이스에서 가정을 꾸린 저는 일찍부터 고단한 삶이 무엇인지 경험했고, 다행히 우리 사회가 구축해놓은 계층이동 사다리가 잘 작동되어 오늘 이 막중한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정을 갖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일자리와 미래 희망을 찾는 이 시대 우리 젊은이들에게 “괜찮아, 해낼 거야”라는 희망사다리 메시지를 전하면서 오늘 청문회에 임하고자 합니다. 청문회 준비를 위해 애써 주신 위원장님과 위원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 위원님들의 질의에 대해 성실히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님 여러분. 그동안 우리 경제는 놀라운 압축성장을 거듭하여 오늘날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접어 들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수출 등의 지표는 견조한 흐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고용, 분배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민생경제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성장잠재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경제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저 또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소비자심리지수(CC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같이 우리 경제의 내일을 내다보는 경제심리지표의 하락에 저는 더 큰 염려를 갖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경제주체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오늘 이 청문회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 직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먼저 정부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앞장서 뛰겠습니다. ‘속도 내고 성과 내서 체감토록’ 하는데 진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라는 3축 기조 하에 경제정책, 민생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성과가 더디다는 지적이 있었고 또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용 없는 저성장, 소득분배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길은 양극화와 저성장 극복을 위해 국제사회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새 패러다임입니다.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는 이러한 3축 기조가 잘 녹아있는 지향점입니다. 저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러한 지향점을 목표로 우리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 그리고 포용성과 공정성을 극대화하는데 제 역량을 쏟아 붓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위원님 여러분. 저는 이번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현장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일터로 가기 위해 새벽 4시를 깨우는 사람들, 자금난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 사장님, 그리고 7년 전 전기차 분야 이동식 무선충전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내고도 이제야 창업할 수밖에 없었던 창업 CEO, 이 모든 분들이 사정은 다르겠지만 저마다의 어려움을 안고 계셨습니다.

그 분들을 뵈니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포용성을 높여야 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책무가 얼마나 막중한 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기획재정부장관에 임명된다면 다음 4가지, 즉 ①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②우리 경제의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③우리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그리고 ④ 미래대비 투자 및 준비라는 4가지 정책 방향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을 펴나가고자 합니다.

먼저, 전방위적인 경제활력 제고입니다. ‘활력의 주역(player)은 민간이고, 정부는 지원자(supporter)입니다. 민간이 시장에서 의지와 의욕을 갖고 투자하고 일자리 만들고 기업활동 하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뒷받침하겠습니다. 민간투자 계획 중 애로가 있는 사업은 정부가 앞장서 대안을 찾고 규제를 돌파하겠습니다.

정부도 적극적 거시정책과 함께 내년 대폭 늘어난 활력지원 예산들이 당장 1월 초부터 집행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지역 공공프로젝트, 획기적으로 늘어난 지역밀착형 생활 SOC 등도 각 지역에서 활발히 추진되도록 하겠습니다. ‘경제장관회의’를 한시적으로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꾸어 운영하는 등 우리 경제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작업에 경제팀의 일차적 역량이 집중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추진입니다. 우리에게 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무엇보다 산업혁신과 구조개혁이 절실하고, 지금이 그 마지막 기회입니다. 제조업의 스마트화, 선제적 사업재편, 그리고 산업 간 융복합 등을 통해 기존 주력업종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찾겠습니다.



또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인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고, 특히 내년에 관광, 의료, 물류, 게임·콘텐츠산업에 중점을 두겠습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승자독식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산업 육성과 창업도 정말 중요합니다. 미래차, 핀테크, 스마트팩토리, 바이오헬스에 대해 가시적인 선도수요가 창출되도록 하겠습니다. 또 창업도 초기창업(Start-up) 지원에서 나아가 성장지원(Scale-up)과 퇴출(Exit strategy)이 잘 작동되도록 생태계 사슬을 보강하겠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위해 규제혁파도 강력해야 합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규제(Big issue)부터 작지만 개인에게는 절벽과 같은 소규제(Small ball)까지 현장에서 규제변화가 확연히 나타나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시장과 교육개혁은 더 속도 내겠습니다. 먼저 고용 안정성을 촘촘히 다져나가고 그 토대 위에 노동 유연성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수요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과 직업훈련 개혁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셋째, 우리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입니다. 혁신(革新)을 민간이 한다면, 포용(包容)은 국가가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안전망을 넓고 깊게 만들겠습니다. 고용시장 밖 사람들이 시장 안 일자리로 들어오게 하고 시장 안 근로자는 임금격차가 완화되도록 하겠습니다.

또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지원 강화 등 기존 사회복지망을 보다 두텁게 하면서 내년 한국형 실업부조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등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한 안전망도 보강해 나가겠습니다.

다만 포용성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장 기대에 비해 속도가 빨랐다고 지적되었던 정책에 대해서는 의지를 갖고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최저임금의 경우 내년부터 시장수용성, 지불여력, 경제파급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도록 하고, 당장 내년 초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도 적극 모색하겠습니다.

경제 활동에 있어 공정경제는 공기와 같습니다. 누구나 미세먼지 없는 맑은 공기를 원하듯이 경제의 불공정과 불공평이라는 먼지는 걷어내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도 국민들이 공감하는 성과가 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입니다. 이제 더 넓게 보고 더 멀리 봐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성큼 다가올 본격적인 남북경협시대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입니다.

AI, 5G 등 4차산업혁명 핵심기술을 발 빠르게 확보하고 이러한 기술들이 여러 산업분야에 접목·융합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또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온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실효성 있는 정책 중심으로 재구조화 하고 현장에서 정책효과가 먹히도록 강력 추진하겠습니다.

최근의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한 차원 높일 엄청난 원천입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남북경협시대에 대비한 정부 내 사전 준비작업에 더 속도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4가지 적극적인 정책방향과는 별도로 당면한 대내외 리스크 관리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가계부채, 부동산과 같은 대내 리스크는 물론 미중 무역마찰, 금융변동성 확대와 같은 대외 리스크까지 모두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는 물결파가 될 수 있습니다. 긴장감을 갖고 모니터링 하며 선제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앞서 말씀드린 정책들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저는 그 어느 때보다 소통과 조율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먼저 경제팀이 원팀(1)이 되도록 소통하고 정부 내 두(2)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율하며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간의 3축(3)과 매주 또는 격주로 소통라운드테이블을 갖는 등 소위 ‘1-2-3 소통’을 적극 실천하겠습니다.

또한 국회와도 각별히 소통 하겠습니다. 여당과의 정책조율은 물론 야당과도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기회를 갖겠습니다. 대통령께도 ‘격주 보고 정례화’를 요청 드리겠습니다.

제가 모두 부문에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사다리’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제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일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 곳곳에 그와 같은 희망사다리가 튼튼하게 구축되도록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청문회를 준비해 주신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주요 현안에 대한 저의 생각은 위원님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하여 보다 상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