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격렬한 반대시위 속 12년만에 크렘린 복귀
by민재용 기자
2012.05.07 13:27:44
취임식 전날까지 대규모 반정부 시위
푸틴, 기존 노선 고수할 듯..반대파 포용 과제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7일(현지시간) 대통령에 취임한다. 지난 2000~2008년에 이어 세 번째 임기를 맞는 것.
하지만 지난 임기에 비해 상황은 도무지 녹록치 않다. 대통령 취임에 반대하는 야권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하는 등 정국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러시아 야권은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인 6일 모스크바 남쪽 칼루스카야 광장에서 약 2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푸틴의 대통령 취임을 반대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후 시위대는 크렘린 궁 인근 `볼로트나야 광장(늪 광장)`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경찰에 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경찰도 곤봉으로 시위대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이끈 `좌파 전선` 지도자 세르게이 우달초프 등을 포함해 수백명을 체포했다.
사상자도 속출했다. 러시아 결창은 시위 참가자 6명과 경찰 12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높은 곳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푸틴 측 지지자 약 3만여명도 같은 날 시내 서쪽 `파클론나야 고라`언덕에 집결해 문화행사를 열며 반 푸틴 집회에 맞불을 놨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끌어들인 관변 정치 조직 인사로 반 푸틴 시위에 맞서기 위해 급히 모집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총선과 올 3월 대선을 전후해 선거 부정과 푸틴의 크렘린 복귀에 반대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던 야권이 푸틴의 대통령 취임 하루 전까지도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은 푸틴의 정치적 위상이 추락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이 반정부 시위에 맞불을 놓기 위해 관변 조직 단체를 끌어들여 친 푸틴 시위를 급조한 것도 푸틴의 인기가 예전과 같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집권 3기를 시작하는 푸틴이 국정 최우선 과제의 초점을 반대파를 포용하는 데 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푸틴은 집권 1,2기 때 `강한 러시아 만들기`를 목표로 국가 주도의 경제 발전과 군비 확충에 매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푸틴이 야권 인사를 탄압하고 언론을 규제하는 등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임기에도 푸틴은 자신의 기존 정치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 등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는 푸틴의 `강한 러시아 만들기`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통합 러시아당의 12년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국민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푸틴이 과거처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강행할 경우 반발감은 더 크게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야권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반정부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푸틴이 반대파를 효율적으로 포용하지 못할 경우 푸틴의 집권 3기가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