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STX 인재경영, `1+1=10`을 만들다

by정재웅 기자
2008.05.22 13:39:33

(제7부)기업 리더십에서 배운다
강덕수 회장, 인재와 현장을 중시하는 리더십 갖춰
원칙있는 M&A고수..창립 7년만에 재계 12위로 도약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M&A가 STX 성장의 출발점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성장의 역사 이면에는 강덕수 회장이 강조하는 핵심인재들이 있습니다. M&A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
 
STX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STX그룹의 성장동력에 대해 주저없이 '핵심인재'를 꼽았다.
 


"서울에서 싱싱한 멸치회를 맛보려면 가물치가 꼭 필요하다. 멸치란 놈은 성질이 급해 이동하는 과정에 대부분 죽어버린다. 그렇지만 가물치 한 마리만 수조에 풀어 놓으면 바닷가에서 서울까지 옮겨와도 생생하게 살아 남는다" 

수없이 많은 멸치들이 생존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가물치와 같은 존재가 중요하다는 게 강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좋은 인재는 잘못된 전략조차 좋은 효력을 발휘하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직원은 좋은 전략조차 실패하게 만든다"고 말할 만큼 우수 인재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실제로 강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을 반드시 직접 챙긴다. 여의치 않을 경우엔 화상면접으로라도 직접 대면한다.
 
또 각종 공식 간담회와 주제발표회, 비공식 모임 등에 자주 참석해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를 그룹 경영에 채택한다. 그룹 사가(社歌)제작, 신사옥과 연수원 건립, 기족봉사단 운영 등이 그 예다.
 
일반적으로 소비재 기업에 비해 STX와 같은 '중후장대'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대외 홍보에 소홀한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생각이 달랐다.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야 고급 인재들이 몰려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같은 강 회장의 방침에 따라 STX(011810)는 e스포츠단을 운영하는 등 좀 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기업 이미지 홍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STX그룹은 올해 한 취업전문 포털이 조사한 '대학생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기업'부문에서 KT 등을 제치고 7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현장 중심 경영과 속도경영이 중요하다. 이것이 STX의 고속성장의 근간이 되는 경영원칙 중에 핵심이다"

STX의 성공신화를 일군 또 하나의 포인트는 현장과 속도다. 하지만 이같은 현장과 속도에도 인재를 중시하는 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녹아있다. 제대로 된 인재를 뽑아 그들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 적절히 배치해야만 기업성장의 속도가 배가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강 회장은 평소 현장을 누비는 CEO로 유명하다. 그는 1년에 절반 이상을 국내외 사업장이 있는 진해, 창원을 비롯, 중국 대련 생산기지와 유럽, 아시아 등에 있는 50여개 해외 법인 및 지사를 방문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현지의 우수인력을 채용한다.

그는 "현장을 알아야 속도경영이 가능하다"며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현장 흐름을 알고 무엇을 뒷받침해야 할지를 파악해야 빠르게 전략을 세우고 행동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빠르게 전략을 세우고 집중하기 위해서는 인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수한 인재가 없다면 그의 이런 전략을 감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강 회장의 이런 리더십 덕분이었을까. STX그룹은 창사 7년여만에 첫 설립시에 비해 매출은 62배, 자산 25배, 수출은 180배가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재계순위도 12위(공기업 제외)로 급격히 성장했다.
 


STX그룹은 또 최근 세계 1위 크루즈선 건조사인 '아커야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메이저 석유사와 함께 해외유전개발 사업에 본격 진출, 아제르바이잔과 북유럽 지역에서 유전개발을 진행 중이다. 강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STX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 M&A였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것은 출발점이었을 뿐, 오늘날 STX의 위상은 M&A한 기업을 제대로 크게 성장시킨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TX는 여타 기업들의 M&A와는 다른 면이 있다. 바로 원칙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강 회장에게는 "시너지가 큰 연관 산업 진출을 통해 조선·해운 전문기업으로서 도약한다"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원칙과 기준을 따라 줄 인재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STX그룹은 인재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투자와 정도경영으로 성장해왔다. 강 회장은 지난 2001년 법정관리 중이던 STX조선(067250)(옛 대동조선)을, 2002년에는 STX(011810)에너지(옛 산업단지관리공단에너지), 2004년에는 STX팬오션(028670)(옛 범양상선)을 차례로 사들이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외형 부풀리기 보다 실제로 그룹에 득이 될만한, 성장이 가능한 회사만을 엄선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인재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결국 STX그룹의 비약적 발전 뒤에는 인재를 중시하는 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작용했던 셈이다.

이에 따라 STX그룹은 '조선기자재-엔진제조-선박건조-해상운송'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 STX그룹이 과감한 M&A를 통해 성장을 시도할 때만해도 여타 중견기업마냥 그저 덩치만 불리려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며 "하지만 STX의 M&A전략은 결국 자사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STX그룹의 성장에는 '핵심인재 육성'이라는 원칙이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다. STX가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던 M&A에도, 현장경영과 속도경영에도 강 회장의 '인재중심'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이제 강 회장의 '인재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STX. 향후 전개될 그들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