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6.06.22 11:49:58
"집값잡기 무리수아닌가" 지적…버블붕괴 선제대응 시각도
시중은행 "이런땐 납작 엎드려야" 대출 문 닫아
신규 주택담보대출 꽁꽁..`일시적 현상` 전망이 주류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주택담보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 전망이다.
불과 한두달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내주지 못해 안달이던 은행들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현재까지는 금감원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인데 따라 은행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며 벌어지는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변화로 실수요자들의 고충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최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는 `LTV강화-DTV 도입` 등 간접규제에서 최근 `실태 검사→규정준수 압박 등 구두개입→은행별 사실상 총량 관리라는 창구 지도`까지, 점점 직접규제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8·31 부동산 대책에 즈음해 투기지역의 아파트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40%로 낮췄다. 또 올 들어서는 3·30 대책을 통해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 대해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이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었다.
그럼에도 계속 압박수위를 높여 급기야 창구지도에 까지 나선 것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지난 5월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1000억원으로 2개월 연속 3조원 이상 증가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은 29조원대, 2007년엔 17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중은행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증가=투기 및 집값상승 주범`이라는 당국의 인식이 너무 단선적인 것 아니냐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줄지 않는 것은 아파트 중도금대출이나
신규분양아파트 대출 등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로 인해 집값이 안잡힌다는 논리는 이상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금감원의 고강도 정책이 나온 또다른 이유는 자산가격 거품 붕괴를 사전에 차단하고, 거품 붕괴시 대출이 부실화돼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는 것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즉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에 미리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부문의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되고,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로 이어지는 등 `부동산 대란`의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즉 청와대가 앞장서서 경고해온 부동산 대란에 대한 선제대응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이같은 강경책에 따라 일부 은행의 일부 지점에서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신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중단이 아니더라도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데 이전에 비해 상당히 까다롭고, 대출 승인이 나는 시일도 오래 걸리게 됐다. 일부 은행 및 일부 지점에서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별도로 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전 지점에서 승인을 내릴 때보다 신속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기존 주택담보대출자의 만기 연장에는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기준 매월 얼마가 늘었는가에 감시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왕 잔액으로 잡혀있는 대출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 CD금리가 오르면서 기존 및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의 부담이 커지고, 은행들도 할인금리를 폐지하는 방안으로 시중금리 상승 외에도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있어 총량 제한이 아니더라도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몸을 사리면 가장 큰 피해자는 내집마련 실수요자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같은 금감원의 직접지도는 일시적 극약처방으로 오래 지속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본격적으로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소호) 또는 중소기업 쪽으로 대출영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