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인사? 4대 금융지주 연말 인사에 '촉각'

by김국배 기자
2023.11.24 11:10:19

KB·신한 합쳐 임기 만료 CEO만 19명 달해
내년 경영여건 악화, 리스크 관리 강화 속
'물갈이 인사' vs '안정적 세대 교체' 주목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주요 금융지주의 연말 인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들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겉으로는 조용한 분위기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올해 금융지주 회장 교체, 상생 요구 등 그룹별로 대내외 변수가 많아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거기에 내년에는 금융회사들의 경영여건이 올해보다 훨씬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도 변수로 꼽힌다. 고금리 상황 덕분에 올해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내고 있지만, 연체율 등 내년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커지고 ‘횡재세’ 논란에서 보듯 상생 금융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취임한 양종희 KB금융지주 신임 회장도 취임 일성으로 “사회와 상생하는 경영”을 강조했다.



KB금융(105560)지주는 지난 21일 회장에 선임된 양종희 회장의 첫 연말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금융은 다음 달 셋째 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안을 확정한 뒤 마지막 주 지주·계열사 임원 인사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이 새로 취임해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올해 연말 인사에서 인사 폭은 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이재근 행장은 경영 성과가 양호한 만큼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양 회장과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던 허인·이동철 부회장은 이미 양 회장 취임과 동시에 사임하며 이미 물러났다.

그러나 은행·증권을 포함해 계열사 11곳 중 9곳의 CEO가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만큼 섣불리 단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다만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판매에 따른 금융위원회 징계가 확정적이어서 연임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황수남 KB캐피탈 대표도 2019년부터 5년째 연임 중이라 교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지주는 다음 달 중하순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올 3월 취임한 진옥동 회장은 취임 직후 인사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의 경영 방향성을 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 폭이 작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14개 신한금융 자회사 가운데 올해 말 CEO 임기가 끝나는 곳이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등 9개다. 진 회장이 내정자 시절인 작년 1월 선임한 신한은행(정상혁)·신한카드(문동권)·신한라이프(이영종)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10인) CEO가 임기가 끝난다.

일각에선 10명에 달하는 지주 부문장(부사장급)을 축소할 수 있다는 등 지주 슬림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재무·리스크 관리·경영연구소 3곳만 부사장이 맡고 있고, 우리금융도 올해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지주 총괄사장과 수석부사장 등을 폐지하며 지주 임원을 줄였기 때문이다. 10명의 부문장 중 8명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기도 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은행·증권·카드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올해 취임했기 때문에 당장 올해 큰 폭의 변화는 없어 보인다. 강성묵 부회장은 올 3월 하나증권 CEO로 취임했고,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같은 달 은행장에 올랐다.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도 올 1월 취임해 임기가 내년 12월까지다.

계열사 중에선 2021년 7월 취임한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정도가 올해 말 임기 만료를 맞는다.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나 거취가 주목받는다.

하나금융의 3인 부회장 체제 유지 여부도 주목되는데, 작년 3월 취임한 함영주 회장이 그해 인사에서 부회장직을 유지한 만큼 계속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형·박성호·강성묵 부회장 3인의 임기는 모두 올해 말로 끝난다. 이 부회장은 2020년 3월부터, 박 부회장과 강 부회장은 올해 1월부터 부회장직을 수행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르면 내달 초중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신한금융과 달리 임 회장이 취임한 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돼 연말 인사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임 회장은 내정자 시절인 지난 3월 임기가 만료된 자회사 대표 8명 가운데 내부 출신 7명을 전원 교체했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도 이원덕 은행장 임기가 1년 남았었지만 물러나면서, 지난 7월 조병규 전 우리캐피탈 대표가 은행장으로 이동했다. 세대 교체를 위해 본부장급 2명도 ‘미래사업추진부문’ 등 지주 부문장에 발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