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기획 오디션서 대상…"인생 가장 큰 고통서 힌트 얻었죠"

by최영지 기자
2022.01.02 18:20:00

대한상의 '국가발전 프로젝트' 대상에 '사소한 형제들'
'치매진단 영상통화' 사소한 통화 개발
일상대화로 거부감 없이 치매 진단 가능
"어르신들 마음건강 챙기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것"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회사 동료 셋이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떠올린 작은 아이디어에 주변 분들이 선의로 보내준 피드백이 모여서 사업 프로젝트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뿌듯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획한 ‘2021년 국가발전 프로젝트’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영상통화 진단 솔루션인 ‘사소한 통화’로 대상을 수상한 사소한 형제들 팀의 이봉주씨가 밝힌 소감이다. 이씨는 2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치매 예방뿐 아니라 앞으로 노인들의 뇌 건강·마음 건강을 위한 솔루션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획한 ‘국가발전 프로젝트’에서 ‘치매 막는 10분 통화’를 설계한 직장인 이봉주씨(가운데)가 대상을 수상했다.(사진=대한상의)
대한상의는 이날 국가발전 프로젝트의 최종 우승자로 사소한 형제들(이봉주·박근창·안윤궐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사소한 형제들에게 대상 상금 1억원도 지급했다. 국가발전 프로젝트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직접 기획하고 작년 6월 오디션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인 SBS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로 방영되면서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씨는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작년 초 사소한 형제들이라는 팀을 꾸렸다. 사소한 형제들이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솔루션 ‘사소한 통화’는 부모님과의 영상통화로 치매진단검사(K-MMSE)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컨대 자녀가 부모의 기억 회상에 집중해 “오늘 무슨 요일인가요”·“지난주에 골프 치러 어디 다녀오셨나요” 등의 질문을 하고 부모가 답변하면 이를 토대로 치매진단을 하는 것이다.

이씨는 “동료들과 회사 생활에 매너리즘을 느끼던 차에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팀을 꾸렸다”며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실직·투자 실패 등 우리 인생에서 참아내기 힘든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팀원 모두 그중 부모님의 치매가 가장 극복하기 힘들 것 같다고 하더라. 이에 프로젝트 주제를 ‘치매진단’으로 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노인분들이 치매 진단을 받고도 증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이를 부정하고 회피해 첫 증상 발현 후 병원을 찾기까지 평균 2.7년이 걸린다”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거나 늦출 수 있는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이씨는 일상적인 대화만으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부모의 삶의 질 향상과 가족의 부담 완화 등으로 2조원 상당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씨는 “캠페인이나 봉사활동 정도로 생각하고 우리끼리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다”며 “이런 와중에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고가 난 것을 보고 본격적인 솔루션 개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1년 국가발전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소한 통화’ (사진=대한상의)
사소한 통화는 ‘치매를 막는 10분 통화’라고 불리며 효심자극 프로젝트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이씨는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의 약점과 빈틈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게 됐고 시야도 넓어졌다”며 “예컨대 자녀가 없는 노인들도 생각하게 됐고 전화통화와 휴대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모 입장에서 검사를 받는다는 부담을 덜기 위해 테스트보다 일상 대화로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다”며 “질문을 변형해도 진단에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없어지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향후 ‘사소한 통화’를 치매예방뿐 아니라 노인들의 마음과 뇌 건강을 위한 솔루션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사소한 통화의 사소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소통’의 약자”라며 “치매라는 단어 자체가 무겁다. 치매를 거부감 없이 친숙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인문학·감성적인 요소를 솔루션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돼 점점 노인들이 많아져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도 많아질 수 있다”며 “노인들의 마음과 뇌 건강을 지키는 프로젝트도 앞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2위는 중학생팀이 내놓은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한 증강현실(AR) 보물찾기 ‘코리아게임’이 차지했다. 공동 3위는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병원 접근성을 개선하는 아이디어 ‘우리동네 병원’과 자영업자 폐업 거래 플랫폼 ‘폐업도 창업만큼’이다. 5위와 6위는 종자 개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코스싹’과 비속어를 필터링하는 이어폰·전화기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인 ‘내 귀에 캔디’로 결정됐다.

이번 경연은 국가발전기여도(100점), 실현가능성(100), 국민투표(50)를 바탕으로 평가됐다. ‘사소한 통화’는 총 212점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사소한 통화 뿐 아니라 2~6위를 차지한 아이디어들도 대한상의에서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이 이벤트 형식으로 한 번 하고 끝내는 사업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실제 국가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지다. 대한상의는 상시적으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아이디어뱅크 설립도 검토 중이다.

국가발전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공모를 시작해 100여일간 4704건의 출품작을 받았다. 최 회장을 포함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권명숙 대표, 정경선 실반그룹 대표 등의 멘토링을 통해 최종 11개 아이디어가 선발됐다.

자료=대한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