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고교생 극단적 선택…"학교 폭력이 없는 세상이 오도록 도와달라"
by황효원 기자
2021.07.06 10:19:55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야산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광주의 한 고등학생이 생전 학교폭력(학폭)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 가해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최군의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모습이 담긴 영상. (사진=MBN 뉴스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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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A(17)군의 부모는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게시했다.
A군의 부모는 “6월 29일 화요일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학교에 간다던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인근 산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장례를 치르던 중 교실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보 받고 이유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수년 간의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길이였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항상 씩씩하게 말하던 녀석인데 속으로 그 큰 고통을 혼자 참고 견디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비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라고 전했다.
A군 부모는 “가해 학생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지지치 않고 싸울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해달라. 아들의 억울함을 풀고, 학교 폭력이 없는 세상이 오도록 끝까지 도와달라”고 적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11시19분쯤 광주 광산구 어등산 팔각정 인근에서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군 몸에 외상이 없는 등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발인 하루 전날 밤 A군 부모는 충격적인 사실을 마주했다. A군 친구의 부모가 장례식장으로 찾아와 보여준 동영상에는 A군이 친구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해당 영상은 약 1년 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B군은 주변 친구들에게 “(A군이) 기절하면 말해달라”며 A군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목을 졸랐다.
A군 친구의 부모가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영상을 보여준 이유는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A군의 운구를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A군 유족은 “목을 조르던 아이 중 한 명이 (시신) 운구를 하게 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막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어떤 학부모님이 오셨다”며 “A군이 사망 전날에도 뺨을 맞았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교 관계자와 가해 의심 학생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한편 참고인 조사를 진행해 유가족이 주장한 의혹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