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정희 기자
2017.05.01 13:00:00
"투자경험 유무 관계 없이 나이 때문에"..불만
청약→투자위험·취소안내 전화→`숙려기간에 청약 취소`나오기도
4월 ELS 발행액 30% 가량 감소했으나 `숙려`영향은 제한적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제도 취지 자체가 그냥 가입하지 말라는 데 있지 않으냐. 그래서 그런지 가입을 아예 포기하려는 경향도 있다.”
“(숙려제도 대상인) 고령자 중에는 ELS(주가연계증권)를 장기간 투자해 온 사람들도 많다. 일부 고령자는 (숙려제도에 대해 ) 불쾌해한다. 가입기간이 짧아 가입이 어려울 때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아예 고령 고객에게 미리 고지한다.”
지난달 3일부터 판매되는 ELS(은행은 ELT, ELF 등으로 판매)에 투자할 경우 70세 이상 고령자나 안전자산 선호가 높은 투자자(부적합 투자자)에 대해선 2영업일간의 숙려기간이 도입되면서 ELS 판매사의 영업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 때는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불렸으나 앞으론 상품의 성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은행에선 제도 도입 초기 전 고객을 상대로 숙려기간을 도입하는 등 기존 제도보다 더 깐깐한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하반기쯤 ELS 숙려제도 관련 현장 점검 등에 나설 예정이다.
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ELS 숙려기간 도입 이후 지난 한 달간 23개 증권사가 발행한 ELS 발행금액(스텝다운형만)은 4조8875억원으로 전달(7조1487억원)보다 31.6% 감소했다. 다만 이는 상환액이 줄어든데다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고점에 다다라 추가 상승여력이 낮단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ELS 숙려기간, 즉 청약기간 제한이 ELS 발행에는 별 다른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영업환경은 확실히 변했다. 증권이나 은행 등에선 사전에 고지를 통해 ELS 숙려제도를 안내함에 따라 제도는 점차 정착단계에 들어가고 있으나 투자자들이나 판매사들의 불편함이 크단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월요일부터 모집해 금요일날 마감인 ELS 상품의 경우 수요일까지만 모집이 되기 때문에 해당 상품에 가입을 원하는 투자자는 사모로 진행되는 상품을 소개하거나 그 다음주에 나오는 상품을 소개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8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선 1영업일간의 숙려제도가 있었고 이를 7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숙려기간을 2영업일로 늘리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지만, 고령자들에게 적용되는 숙려기간에 불만을 표시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투자경험 유무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나이로 ELS 청약기간을 축소하다보니 생긴 불만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령자 고객이 올 때는 상당히 조심스럽다”며 “고객 상담할 때 제도의 취지를 잘 설명드리고 있으나 불쾌해 하는 경우가 있다. 고령자 중에는 ELS를 잘 숙지하는 경우도 많은데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청약기간이 짧아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판매사 입장에선 고령자나 투자부적합자가 ELS를 청약한 후 숙려기간 종료전까지 해피콜 등을 통해 고객에게 한 번 더 전화로 ELS 투자위험 및 취소 방법 등을 안내해야 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존보다 고객 해피콜 업무 등이 강화됐고 청약기간 단축으로 인해 아무래도 영업에 차질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제 늘어난 숙려기간 만큼 청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숙려제도가 변동성에 투자하는 ELS와는 맞지 않는단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의 청약기간이 2, 3일로 짧은 것은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숙려기간이 생기면서 다음 회차 상품이 어떤지까지 봐야 해 ELS상품 특성과는 맞지 않는 가입 시스템”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구조가 정착될 경우 ELS는 한때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불렸으나 투자 상품으로서의 성격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부적합에 해당하는 젊은 층의 경우엔 아예 가입을 포기하려는 성향도 보인다”면서도 “(반대로) ELS 가입 경험이 있는 고객의 경우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2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해선 고령자, 부적합 투자자 여부와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놓은 구조에 대해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단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ELS의 구조가 복잡해 고령자 등에 대해선 가입을 제한하는 숙려기간을 도입했으면서 정작 온라인을 통해선 간단한 설문조사만 하고 가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이 제도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LS 숙려기간 제도가 도입된지 한달도 채 안 됐기 때문에 제도의 정착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판매사를 상대로 하반기쯤 현장 점검 등에 나설 것이라고 고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