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줄기가 찔릴 듯 도도해야 봄나물의 왕이지

by조선일보 기자
2009.04.02 16:45:01

나물 잘 고르는 법

[조선일보 제공] 제주사람은 제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하얏트리젠시제주 호텔 요리사이자 제주 토박이인 오동주씨도 그렇다. 그가 개발해 호텔에서 파는 비빔밥은 제주를 온전히 한 그릇에 담았다. "요즘 제철인 유채나물과 햇쑥, 취, 냉이, 달래 따위 나물에 홍삼과 전복을 더했어요. 유채는 11월, 12월부터 꽃이 피는데 1월이면 가지에 순이 나오고 잎사귀를 먹기 시작해요. 홍삼은 빨간색 해삼을 말합니다. 3~4월이 지나면 검게 변해요. 이걸 유채기름이나 동백기름으로 무쳐 먹으면 기가 막히죠."그에게 요즘 제주에서 흔한 나물과 그 밖의 지역에서 나는 나물 제대로 고르는 법을 들었다.


두릅나무의 어린 순이다. 신선한 향이 일품. '봄나물의 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잎끝이 퇴색하지 않고 녹색이 선명한 것, 잎이 너무 피지 않은 것, 잎줄기에 붙은 가시가 만졌을 때 아플 정도로 싱싱하면 좋은 두릅이다.

▲ 깨끗한 공기와 바람과 물속에서 큰 제주 햇나물. 육지는 아직 나물이 나지 않지만 제주는 벌써 나물상이 풍성하다. / 조선영상미디어

떡취, 곰취, 단풍취, 참취, 메역취 등 종류가 다양하다. 전국 깊은 산에 자생한다. 용문산 취가 유명하다. 너무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것, 잎이 마르지 않고 초록빛이 선명해야 맛있다.

미나리과 여러해살이풀. 산에서 나무 밑에 자란다. 잎이 미나리와 비슷하지만 윤이 나고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다. 날로 먹기도 하고 살짝 데쳐 무치기도 한다. 미나리잎처럼 작고 윤기가 돌면서 잎줄기는 붉은빛이 나는 것, 씹었을 때 특유의 향이 나는 것으로 고른다.

이른 봄 냉이를 넣고 국을 끓이면 싱그런 향기가 기막히다. 들판, 길가, 개울가, 밭에서 자라는 겨자과 두해살이풀이다. 뿌리가 너무 굵고 질기지 않은 것, 잎이 짙은 녹색이나 너무 피지 않아야 좋다.

이른 봄 야트막한 산이나 들에서 나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이 진한 녹색이고 뿌리는 주변이 매끄럽고 윤기가 있는 것, 씹었을 때 향이 진한 것으로 고른다.



국화과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요즘은 1년 내내 재배된다. 잎이 푸르고 싱싱하며 광택이 있는 것, 줄기가 너무 굵지 않고 아래쪽에도 잎이 붙은 것, 꽃대가 올라오지 않은 것, 줄기가 잘 정리됐으며 짧아야 맛있다.

참다래과 양치류. 제주 고사리는 줄기가 가늘고 약간 뻣뻣한 반면, 강원도 '먹고사리'는 줄기가 굵고 통통하고 색깔이 검다. 어린 잎과 부드러운 줄기를 먹는다. 줄기가 너무 길지 않고 통통한 것, 잎이 너무 피지 않은 것, 색깔이 연한 갈색이고 털이 적은 것, 질기지 않고 특유의 향이 좋아야 상품(上品)으로 친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빗대 "미나리는 사철이고, 장다리는 한철이다"란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조선 숙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결국 사약을 받은 장희빈과, 최후의 승자가 된 인현왕후를 비교한 말이다. 이처럼 미나리는 사계절 내내 식용 가능하나 이른 봄이 제철. 뿌리 잔털이 잘 정돈된 것, 줄기가 굵고 연하지만 쉬 부러지는 것, 단이 흐트러지지 않고 거머리 따위 이물질이 붙어 있지 않아야 좋다.

국화과 여러해살이풀. 잎이 부드럽고 싱싱한 것, 잎 뒷면에 솜처럼 털이 난 것, 특유의 향이 진하면 좋은 쑥이다. 한방에서는 단옷날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에 뜯는 쑥이 가장 약효가 좋다 하여 이때 뜯는 풍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