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좌동욱 기자
2008.01.14 14:17:11
대변인들, 좌석 배치 놓고 '신경전'
간사외 실세 위원도 착석..인수위내 입지 시사
당선자 민감한 현안에 `조크` 여유 보이기도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14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새해 첫 기자 회견은 진지하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이 당선자는 이날 국민들에게 고유가, 서브프라임 위기, 물가 불안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강조하면서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자고 주문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정부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군살빼기를 강조하는 등 다시 한번 공무원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켰다.
자리 배치를 둘러싸고 일부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BBK 특검조사 등 민감한 질문도 제기됐지만 당선자와 강재섭 대표 등은 적절한 조크를 통해 분위기가 경직되지 않도록 이끄는 여유도 보였다.
○…이 당선자는 기자회견 1분 전인 오후 1시59분 강재섭 대표와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당선자 등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회견장은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강대표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
당선자가 참석자들과 일일히 악수를 나눈 후, 강 대표 좌석에 앉으려고 하자 강 대표가 이를 제지하며 `한마디`했기 때문.
"잘못하다 자리 뺏기겠네"
○…이날 회견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이후 국민들에게 면면을 드러낸 첫 기자회견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특히 비서실이 마련한 참석한 좌석 배치도를 보면 인수위 내 권력 지형을 가늠할 수 있었다는 후문.
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주요 멤버가, 왼쪽으로는 이경숙 위원장을 포함한 인수위 인사가 자리를 잡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수위원들도 각 분과 간사급 이상 위원들.
간사급 이하 인수위원 중에서는 기획조정분과 박형준, 곽승준 위원과 이동관 대변인석이 마련돼 있어, 인수위 내 이들의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기자회견 직전엔 자리 배치를 두고 대변인들간에 미묘한 '신경전'도 연출됐다.
회견장에 뒤늦게 도착한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의 좌석이 마련되지 않아 비서실에서 급하게 자리를 만드느라 부산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도 자신의 좌석 위치를 가르키며 "대변인 자리를 저기 갔다 놓으면 어떡해요!"라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주 대변인 좌석에 대해서는 웃으면서 "원래 비서실은 뒤에 가는 거예요"라고 한마디. 결국 주 대변인 자리는 전재희 한나라당 최고위원 뒤편에 마련됐고, 이날 당선자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한 대변인들 좌석 배치는 주호영, 나경원(한나라당 대변인), 김인규(당선자 비서실 공보팀장), 이동관 대변인 순으로 놓여졌다.
○…이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준비된 회견문을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읽었다. 지난 2002년에 이어 두번째 인수위 취재를 맡고 있는 한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은 잘 나가다가도 애드립을 한바가지씩 쏟아내 고생했었는데, 앞으로 취재는 참 편하겠다"고 촌평.
○…기자회견 일정중 하나로 진행된 문답 시간에는 이 당선자가 특유의 조크로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도 감지됐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좀처럼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총리 인선과 관련, "원하는 총리상이 무엇이냐"는 기자 질문에 이 당선자는 "대통령상을 물어야지, 총리 인터뷰냐"라는 농담을 건넸다.
'(BBK)특검이 시작됐는데, 특검 조사를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 당선자는 웃으며 "특검, 꼭 물어야 하냐"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주호영 대변인 관련)바로 잡습니다
본지는 지난 1월 14일 `(이모저모)잘못하다 자리 뺏기겠네` 제하의 기사에서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자신의 명단이 붙은 좌석이 없어 다른 좌석을 훑어보며 어리둥절해 했다고 보도하였으나, 주 대변인은 당선인이 앞 좌석에 앉은 사람까지만 악수한 뒤 단상에 오르기로 계획되어 있어 참석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좌석을 훑어본 것이라고 밝혀와 이를 바로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