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9200억에 美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 인수…글로벌 콘텐츠 올인

by김현아 기자
2021.11.19 12:25:49

경영권 포함 지분 약 80%, 7억 7500만 달러 인수
엔터사업 최대 규모 M&A..글로벌 OTT유통망도 확보
이재현 회장, 4대 성장엔진 발표후 컬처 본격 시동
CJ ENM, 멀티 장르 스튜디오로 물적 분할
‘동서양 문화권 추월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 만들 것'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
라라랜드 페이스북 캡쳐.‘라라랜드’는 LA의 별칭이면서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로맨스 뮤지컬 영화다. 6개의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CJ그룹의 콘텐츠 제작기지인 CJ ENM(035760)(대표 강호성)이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 ‘엔데버그룹홀딩스(Endeavor Group Holdings·엔데버) 산하의 제작 스튜디오인 ‘엔데버 콘텐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CJ ENM은 1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엔데버 콘텐트社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약 80%를 7억 7500만 달러(한화 약 9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전체 기업가치는 8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조원)로 정해졌다.

안정적인 사업 운영 및 협력관계를 위해 남은 지분은 기존 대주주인 엔데버가 보유한다.

엔데버 콘텐트의 공동 대표인 크리스 라이스(Chris Rice)와 그레이엄 테일러(Graham Taylor) 등 주요 경영진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내년 1분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엔데버는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드웨인 존슨, 마크 월버그 같은 최정상급 아티스트 및 스포츠 스타를 비롯해 7천명 이상의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데버 콘텐트는 2017년 엔데버가 설립한 웰메이드 영화, 방송,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다. 유럽, 남미 등 전세계 19개 국가에 글로벌 거점이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기획부터 제작·유통까지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폭넓은 탤런트/크리에이터 네트워크 및 유통망이 강점이다.

HBO, BBC 등 각국의 대표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 애플TV+, 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유통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CJ 품에 안긴 엔데버 콘텐트는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등 인기 영화를 비롯해 영국 BBC 인기 드라마 <킬링 이브>, <더 나이트 매니저> 등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프로젝트들의 투자, 제작과 유통·배급에 참여했다.

美 에미,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등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에서 총 180회 이상 수상 또는 후보작으로 선정되며 ‘프리미엄 콘텐츠 명가’로 자리잡았다.

CJ ENM은 국가대표급 콘텐츠 회사다. CJ ENM 관계자는 “엔데버 콘텐트와 같은 우수한 기획·제작 역량을 가진 글로벌 스튜디오가 M&A 시장에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엔데버 콘텐트의 뛰어난 역량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덕분에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자마자 TF를 결성하고 인수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대거 참여한 치열한 인수경쟁에서 모기업인 엔데버는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로서 CJ ENM이 보유한 IP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월부터 CJ ENM은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본팩토리’와 엔데버 콘텐트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했다.

이런 신뢰성에 이재현 회장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과 신뢰 역시 인수에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현 회장은 얼마전 컬처를 포함한 CJ의 4대 성장동력을 발표한 바 있다.



엔데버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아리엘 에마누엘(Ariel Emanuel)은 “이미경 부회장과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 덕분에 CJ ENM이 엔데버 콘텐트의 이러한 가치를 지속시키는 한편 글로벌로 성장시킬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CJ ENM은 엔데버 콘텐트를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전세계 소비자를 타깃으로 CJ ENM이 보유한 히트작 리메이크 등 K콘텐츠 확산을 위한 채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글로벌 OTT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티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라이스 엔데버 콘텐트 공동대표


엔데버 콘텐트의 공동 대표인 크리스 라이스(Chris Rice)는 “이번 계기를 통해 우리의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 사업 파트너들 모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CJ ENM과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J ENM의 강호성 대표는 “미국, 유럽을 거점으로 성장 중인 엔데버 콘텐트의 기획·제작 역량과 CJ ENM의 K콘텐츠 제작 노하우, 성공 IP가 결합해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동서양 문화권을 포괄하는 초격차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
같은 날 CJ ENM은 물적 분할을 통해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멀티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별도의 스튜디오 설립도 추진 중이라고 공시했다.

설립 목적은 글로벌 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효율적인 멀티 스튜디오 시스템 구축과 글로벌 콘텐츠 확대 통한 IP 유통 등 수익사업 극대화로 밝혔다.

이로써 CJ ENM은 국내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 신설 멀티 장르 스튜디오를, 글로벌로는 엔데버 콘텐트를 거느리는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갖추게 된다.

스튜디오드래곤과 멀티 장르 스튜디오 산하에는 모호필름, 문화창고, 밀리언볼트, 블라드스튜디오, 엠메이커스, 지티스트, 화앤담픽쳐스, JK필름 등 업계 최고의 제작 역량을 가진 제작사들이 포진하게 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엔데버 콘텐트 인수와 스튜디오 추가 신설을 통한 멀티 스튜디오 체제로의 변신은 CJ ENM이 글로벌 토탈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의 시작”이라며 “주저하지 않고 글로벌 도전에 앞장서며 변화와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