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탄소중립, 석탄발전 전면 중단에 CCUS 상용화 전제

by김경은 기자
2021.08.05 10:00:00

탄소중립위원회,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공개
석탄발전 전면 중단해야 2050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 가능
2개월간 의견수렴해 10월말 최종안 발표
고용ㆍ전환 비용 등 사회적ㆍ경제적 비용 해결 과제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탄소중립위원회가 8개월간의 숙고를 거쳐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했다. 두 달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10월 최종안이 나온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되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여기에 아직 기술상용화 이전인 CCUS(탄소 포집, 활용, 저장)를 통한 온실가스 흡수(마이너스 배출량)를 전제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축소, 탄소세 도입, 전환에 따른 보상, 기술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 문제까지 고려하면 정책 수립 과정과 이행 과정에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비대면 브리핑을 열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해 대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정부는 11개 부처 추천 전문가로 이루어진 기술작업반을 구성해 6개월(1~6월)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5월 29일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는 이 같은 시나리오 기술작업반(안)을 토대로 본격적인 시나리오 검토에 착수, 약 2개월 간의 검토를 거쳐 총 세 가지의 시나리오 초안을 제시했다.

시나리오는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됐을 때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과정에 대한 전망을 담았다. 국제법 등에 의한 법적 구속력은 없으며, 향후 정책 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일정 기간마다 갱신된다.

위원회는 앞으로 두 달 동안 이해관계자 및 일반 국민의 의견수렴을 진행, 위원회 의결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최종안을 10월 말 발표할 예정이다.

시나리오 초안은 총 세 가지 안으로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술발전 및 원·연료의 전환을 고려한 1안 △1안에 화석연료를 줄이고 생활양식 변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한 2안 △화석연료를 과감히 줄이고 수소공급을 전량 그린수소로 전환해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3안이다.

각각의 대안은 △석탄발전 유무 △전기수소차비율 △건물 에너지 관리 △CCUS(탄소 포집, 활용, 저장) 및 흡수원 확보량 등 핵심 감축수단을 달리 적용했다.

이 중 넷 제로는 3안만 가능했다. 1안의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2540만t, 2안은 1870만t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발생한다.



3안과 1~2안의 이 같은 격차가 발생한 주 원인은 주로 에너지 전환 부분에서 갈렸다. 3안은 석탄발전 및 LNG 발전 전량을 중단해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방안이다. 즉 현재 건설 중인 신규석탄발전소도 수명을 고려하면 사실상 건설이 중단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안은 2050년까지 수명을 다하지 않은 석탄발전소 7기를 유지하고, 2안은 석탄발전은 중단하되 LNG발전은 긴급한 수요에 대응하는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다만 석탄, LNG 감축은 이해관계자의 대립과 피해가 큰 만큼 수소, 암모니아 전소 전환이나 근거 법률 및 보상방안이 마련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위원회는 부연했다.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정책제언으로 “에너지 전환 부문의 시나리오 이행을 위해 정책적으로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공급체계의 안정성 확보, 전력 수요 감축을 위한 첨단 디지털기술 활용 및 전 국민 참여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전환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출처:탄소중립위)
에너지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에 대해서는 철강업 고로 전체의 전기로 전환, 석유화학·정유업의 전기가열로 도입 등을 통해 2018년 총 배출량 2억6050만t 대비 79.6% 감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력 사용이 많은 업종의 에너지 효율화가 필요한데, 아직 상당 부분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만큼 △기술개발 △시설개선 투자 확대 △배출권거래제·녹색금융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유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배출권거래제의 총 배출허용량을 엄격 관리해 탄소중립 달성을 유도하되, 유상할당 수익금을 기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며 “녹색 분류체계 마련 및 녹색금융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유도 및 친환경 산업에의 긍정적 투자환경이 조성돼야한다”고 전제했다.

수송 부분은 1·2안은 전기·수소차를 76% 보급, 3안은 97%까지 확대·보급하는 것을 가정했다. 이밖에도 건물 부문은 그린리모델링 확산, 제로에너지빌딩 인증대상 확대, 개인 간 잉여전력 거래제 도입 등 건물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수요 관리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최대 88%까지 줄이고, 농축수산 부문에서도 메탄·아산화질소 발생을 억제하는 영농법 개선, 폐사율 감소 등 축산 생산성 향상, 식단변화 및 대체가공식품 확대 등 식생활 개선 등을 전제로 할 때 배출량 감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폐기물 부문 감축은 1회용품 사용 제한, 재생원료 사용 등을 통해 2050년 배출량을 74% 감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전환 및 감축도 온실가스 흡수량을 늘리지 않으면 달성이 불가능하다.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 강화된 산림대책과 CCUS를 통해 배출량을 흡수하는 것을 전제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활용하는 CCUS 기술은 아직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상용화까지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