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용 택한 이낙연, 안정감 과시하며 첫발
by김겨레 기자
2020.09.06 17:15:27
2차 재난지원금·의료계 협상 등
지지층 결집 아닌 중도·실용 택해
오는 7일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이낙연 체제 더불어민주당이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이 대표 취임 1주일 동안 4차 추가경정예산과 의료계 협상 등 굵직한 사안에서 지지층 결집보다는 중도 확장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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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6일 당선 후 첫 열린 고위당정청협의에서 “이번 추경의 특징은 전액 국채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빚내서 쓰는 돈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집행한 1~3차 추경 시기와 용처를 하나하나 언급한 뒤 “지나간 일을 말씀 드리는 것은 이번 추경이 처음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후보 시절부터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의견을 견지하는 등 국가 재전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이 대표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음에도 ‘보편 대 선별’ 지급 논쟁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까지도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야당과 똑같은 주장”이라며 비판하는 강경파의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이 대표도 2차 재난지원금 논쟁을 의식한 듯 “행정에 불가피하게 따르는 경계를 세밀하게 살펴 혹시라도 불공정이 생기지 않도록 그때그때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퍼주기 경쟁을 하면 ‘적게 주자’는 쪽이 지고 ‘많이 주자’는 쪽이 이길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별 지급을 결정한 것은 나라 재정을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의료계와 협상 타결도 이 대표가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동안 의료계와 각을 세웠던 민주당은 이 대표가 취임하면서 사태 수습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퇴임 직전까지 의료계 파업을 ‘진료 거부’라고 비판하면서 불이익을 경고했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의료 대란이 일 조짐이 보이는데다 정부 책임론도 함께 부각되자 ‘강 대 강’ 대치로 가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협상 타결 직후 “전공의 고발 문제도 해결되도록 하겠다”며 분열보다는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당 일각에서는 의료계에 백기투항했다는 비판도 뒷따른다. 간호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비례대표)는 “이번 합의안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을 의사들의 진료 복귀와 맞바꾼 것일 뿐”이라며 “의대정원은 반드시 확대되어야 하고, 공공의대 설립으로 필수 공공의료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7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통합’을 내세울 예정이다. 그는 여야 대표들의 정례 회동을 비롯해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 국회 4개 특위(비상경제·균형발전·에너지·저출산) 등 여야 협치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