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 '살 길 찾아라'..고급화로 승부

by함정선 기자
2015.06.29 10:15:56

수입 맥주 점유율 30%까지 확대..국산 맥주 매출·수익 감소
신규 브랜드 대신 고급화 전략..입맛 잡고 가격 상승 효과까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산 맥주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입 맥주에 밀려 시장이 축소되는데다 과즙소주, 저도 위스키 등 새로운 주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살 길’을 찾기 위해 ‘고급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맥주 업체들의 매출과 수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수입 맥주 점유율이 시장의 30%까지 확대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오비맥주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하며 9년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맥주 부문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나마 생산량을 늘리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롯데주류도 신공장 증설 때문에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하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카스와 하이트를 대신할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대신 고급 맥주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수입 맥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맥주보다 고급 맥주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고급 맥주는 일반 맥주 대비 14~16%가량 가격이 비싸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매출이나 수익을 늘일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오비맥주는 독일의 정통 밀맥주 제조법에 따른 ‘프리미어 OB 바이젠’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맥주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모회사인 AB인베브의 ‘브루마스터’와 오비맥주 연구진이 합작으로 한국 시장을 노린 고급 맥주를 개발 중이다.

하이트진로도 브랜드 ‘맥스’를 리뉴얼하며 맥주 고급화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맥스에 독일산 스페셜몰트를 첨가하고 아로마 홉을 20%이상 더 넣은 ‘크림생 올몰트 맥주’를 출시했다. 조만간 독일의 홉을 이용한 한정판 고급 맥주도 선보일 계획이다.

‘클라우드’를 내세워 고급 맥주를 강조해온 롯데칠성(005300)음료도 새로운 공장 증설이 끝나면 프리미엄 맥주 라인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주류는 최근 ‘클라우드 프리미엄 몰츠, 클라우드 프리미어, 클라우드 마스터’ 등 고급 맥주를 연상케 하는 상표의 출원을 끝낸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스나 하이트 등을 대신할 브랜드를 당장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며 “브랜드 리뉴얼과 맛을 강화한 고급 맥주 출시 등으로 어려움을 타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