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종성 기자
2014.05.06 18:19:12
기업·수출입銀 급여 가장 많아
감사· 이사 몸값도 3억 이상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고위 공무원들이 퇴직 후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내려가면 임기 3년간 최대 15억원의 보수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이른바 ‘모피아’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연봉이 다른 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에 비해 많았다. 산하기관을 가장 많이 둔 곳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들 정부 부처의 퇴직 관료는 운신의 폭이 넓다.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공시된 공공기관장 연봉 현황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304개 공공기관장 중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3년치 임금이 15억35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에 수출입은행장이 15억900만원, 산업은행장이 14억6500만원을 챙겨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전체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이 4억7800만원임을 감안하면 이들 기관장의 임금이 3배가 넘는 것이다. 이들 3개 기관은 전통적으로 금융위나 기재부 등 소위 ‘모피아’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던 곳이다.
부처 별로는 금융기관을 산하기관으로 둔 기재부와 금융위의 공공기관장 연봉이 많았다. 기재부의 경우 산하 수출입은행과 한국투자공사, 조폐공사 등 총 3개 기관장의 연봉 평균이 3억8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작은 조직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12개의 산하기관을 둔 금융위의 경우 기관장 평균 연봉도 3억6200만원에 달해 기재부 산하기관 못지 않았다.
산업부와 미래부 등은 산하 공공기관이 39개에 달해 운신의 폭이 넓었다. 특히 산업부의 경우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평균 연봉도 1억8500만원에 달해 전체 공공기관 평균(1억5900만원)도 상회했다.
‘산피아’로 불리는 산업부 퇴직 공무원들이 주로 내려가는 이들 산하기관 중에는 지난해 연봉 3억500만원인 남동발전을 비롯해 남부발전, 서부발전 등 2억원 이상인 기관만 14곳에 달한다. 연구원이 중심인 미래부 산하기관 기관장들의 평균 연봉은 1억6800만원이다.
‘건설 마피아’로 불리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도 23개에 달한다. 한국공항공사(3억3200만원)와 인천국제공항(3억800만원), 토지주택공사(2억3300만원) 등 기관장 연봉이 2억원이 넘는 기관만 8곳이다.
세월호 참사와 비난 여론이 거센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도 14개다. 이중 연봉 2억원을 넘는 기관은 인천항만공사(3억800만원), 해양환경관리공단(2억6100만원), 부산항만공사(2억1400만원)으로 3곳이다. 교육부 퇴직 공무원들이 주로 이동하는 산하기관도 21개에 달한다. 다만, 이들 공공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1억3900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주요 중앙부처의 산하 공공기관은 기관장뿐만 아니라 상임 감사·이사도 3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상근 감사·이사의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은 기관은 금융위원회 산하 코스콤으로 감사는 3억1200만원, 이사는 3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밖에 산업은행(감사 2억7200만원, 이사 3억2700만원), 한국정책금융공사(감사 2억7200만원, 이사 3억원), 수출입은행(감사 2억8600만원, 이사 3억1200만원) 등도 만만치 않은 연봉을 챙기고 있었다.
이들 기관의 경우 기관장 뿐 아니라, 감사· 이사 자리도 ‘낙하산 인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들 기관의 감사·이사는 모두 정치인과 경제부처, 한국은행 출신 감사·이사 출신이다. 더구나 이들 기관은 모두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지난해까지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끌어오려면 업계 수준에 맞춰 연봉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로 연봉을 높여놓은 뒤, 퇴직 관료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