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진시황이 필요하다
by김용운 기자
2011.10.28 13:48:32
경제, 디테일하게 사유하기
궈카이|392쪽|에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미국과 견줄 수 있는 초강대국 중국. 30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일 뿐 현실은 아니었다. 압도적인 인구와 자원을 토대로 개혁과 개방을 기치로 내건 중국 경제의 성장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러시아를 뛰어넘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 경계해야 할 유일한 국가가 된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2008년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를 겪으며 세계경제가 휘청거릴 때 중국은 가장 먼저 회복세를 보였다. 덕분에 일부 중국의 관료들은 섣불리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종언을 고할 정도로 중국 경제 성장과 발전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IMF 본사에서 근무하는 궈카이는 베이징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지만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꿔 하버드대에서 개방거시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터넷에 블로그를 만들고 편한 마음으로 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이내 그의 블로그는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과 미국을 두루 겪으며 생긴 통찰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미국의 경제·사회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해 더러는 논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올린 글 중 저자가 엄선해 엮은 이 책은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비롯해, 베이징과 상해 등지에서 폭등하고 있는 집값, 젊은 세대들의 취업난과 고속성장에 따른 빈부격차의 확대 등 중국 경제의 여러 문제의 원인과 처방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한때 중국 인터넷을 들썩였던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의 원유저가수출 의혹을 파헤치기도 했다. 또 아직도 미터법을 쓰지 않는 미국의 오만을 지적하며 미국 경제를 위해 진시황같은 군주가 필요하다고 비꼰다.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 그 실패를 예측하며 한국 언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경제학 전문서라기보다 경제학자가 본 세상만사 단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정밀한 이론이나 분석을 기대하며 책을 펼치면 싱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영에서 공부한 중국 경제학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중국 엘리트의 속내가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나 있어서다. 결국 그는 모국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낙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