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종성 기자
2011.04.06 11:24:41
포스코, 가격 인상 발표 시점 잡지 못한 채 `속앓이`
현대제철 등 다른 철강사들 "포스코가 빨리 올려줬으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가격 인상 타이밍을 놓친 포스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원재료가격 인상 등을 들어 `당연히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밖으로는 떳떳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성의 표시` 발언 이후 정유사들이 일제히 휘발유·경유 가격을 내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더 부담스러워졌다. 세무조사 등 기업들에 대한 정부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포스코의 가격 인상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의 철강제품 가격 인상 발표가 또 한번 연기될 조짐이다. 열연가격 기준으로 t당 14~ 16만원 올리는 등 인상 폭에 대한 큰 골격은 잡아놓았지만, 발표 시점을 잡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당초 1일 철강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한 뒤 4월 출하분부터 인상된 가격을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정부 반대로 잠정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포스코 안팎에서는 일주일 뒤인 8일께 제품 가격 인상을 예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점차 여의치 않아지고 있다.
포스코와 함께 정부로부터 가격 인상 억제 압력을 받던 정유사들이 휘발유·경유 제품의 가격을 내리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정유사들의 잇따른 `가격 인하 동참`에 포스코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광석, 유연탄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늦기 전에 가격을 올려야 하나, 내부적으로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제품 가격 인상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포스코 내부에서도 가격인상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며 "현재로선 포스코가 언제 가격을 올릴 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준 가격`이 되는 포스코의 가격인상이 늦어지면서 다른 철강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그나마 원가경쟁력을 갖춘 포스코는 버틸 수 있지만,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다른 철강사들은 사실상 버티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통상 포스코가 가격을 올리면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등 다른 열연업체들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가격을 올린다. 이는 또 동국제강과 현대하이스코 등 냉연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포스코의 현재 상황은 가격을 올리면 정부에게 밉보일 수 있고, 그렇다고 올리지 않으면 철강업계 전체의 부담이 가중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포스코가 1일 가격 인상을 발표하지 않은 후, 발표시점을 잡기 정말 힘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