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책은행+우리금융` 통합안 검토 착수

by하수정 기자
2008.03.12 14:18:09

`산은IB+대우+기은+우리` 묶는 `메가뱅크 프로젝트`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최우선 검토 사안 선정

[이데일리 김수연 하수정기자]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 중인 국책은행과 우리금융지주(053000)를 통합 매각하는 이른바 `메가 뱅크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금융측이 주장해오던 국책은행과의 통합안이 정부의 검토안으로 채택됨에 따라, 총자산 500조원 규모의 초대형 금융사가 탄생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덩치의 은행을 민영화시키기에는 매수주체가 마땅치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024110), 우리금융지주를 모두 묶어 매각하는 안을 국책은행 민영화 검토방안 중 하나로 채택했다.

이른바 `메가 뱅크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안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내 신설된 산업금융과와 기획재정부 등에서 검토하게 된다.

한국판 금융빅뱅을 통해 세계적인 금융기관을 탄생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타당성을 살펴보게 되는 것.

이번에 신설된 산업금융과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 금융 뿐 아니라 국책은행 민영화 정책을 전담하는 곳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책은행 재편과정에서 우리금융과의 통합 매각안에 대해서도 검토키로 했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결정된 산업금융지주 설립안과 함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인수위는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부문과 대우증권(006800)을 합쳐 `산은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주회사 지분을 매각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한국투자펀드(KIF)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메가 뱅크 프로젝트`는 산은금융지주회사에 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까지 통합하는 안으로, 총 자산 규모만 500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우리금융지주의 총자산 287조원과 기업은행 123조원에 산업은행의 IB부문과 대우증권을 모두 합친 추정치다. 이 같은 규모면 세계 30위권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 같은 통합 매각안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 은행 매물이 줄줄이 나오면 민영화시켜야하는 우리은행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통합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초대형 은행을 살수 있는 주체가 사실상 해외자본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책은행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토종은행을 외국에 통째로 넘길 수 없다는 반외자정서가 나올 수 있다.

또 매물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 수록 이해관계 해결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기 때문에 국책은행 민영화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기금이 20~30%의 지분을 확보해 지배주주가 되면 외국계를 포함한 기관투자자로부터 20% 정도를 조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에서 개인주주들로 채우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통합안에 대해 정부가 검토하기 시작했다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산분리 완화 검토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PEF,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은행지분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등으로 금산분리를 단계적 완화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개별적인 심사 감독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늦어도 6월까지 국책은행 민영화 방안을 포함한 공공부문 혁신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 금산분리 완화 방안은 시한을 못박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