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부총리 "정부 `버블론`, 계획된 심리戰 아니다"(상보)

by이정훈 기자
2006.05.18 12:41:42

강남3구 소득대비 집값비율, 90년대초 급락수준 근접
거품 지속안돼..집값 떨어져도 소비·금융기관에 큰 영향없어
외환자유화, 큰 충격없어..단기 환율안정책도 `병행`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잇따른 `부동산 버블` 발언과 관련, 한덕수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의 버블론은 정부의 계획된 심리전이 아니다"고 18일 밝혔다.

한 부총리는 "강남 3구의 소득대비 집값은 이미 지난 90년대초 집값 급락시점 수준에 근접했고, 이같은 거품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며 "다만 집값이 떨어져도 소비 위축이나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한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소득대비 18.9배로 90년대초 주택가격 급락 직전의 21.7배 정도에 근접하고 있다"며 "여러 통계들에 비춰볼 때 이런 거품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6월1일부터 부동산 등기부에 시가가 기록되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 기반시설부담 등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되고 올해 강남 3구에 24만가구, 향후 5년간 10만가구씩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강남 3구의 부동산가격은 정상수준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버블이 있어야 버블이 터지며 현재 버블이 없는 지역에는 터질 것도 없다"며 "강북이나 지방가격이 안정적이면 버블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버블이 터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잇단 버블 발언이 최후의 카드`라는 지적에 대해 한 부총리는 "이같은 정부의 잇딴 발언을 계획된 심리 캠페인이거나 일종의 심리전 전개 등으로 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반박했다.

한 부총리는 "정부는 이런 버블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도록 노력해왔다"며 "가계 대출비율과 소득에 대한 부채비율 강화 등으로 버블이 터졌을 때 걱정하는 금융기관의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부동산가격이 얼마 정도 떨어지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가격이 떨어졌을 때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며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동산이라는 자산가격이 주식시장에 비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이 가격이 떨어졌을 때 소비를 줄일지도 확실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외환 조기자유화에 대해 한 부총리는 "이는 우리가 세계화 이익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며 "전체 계획을 2년 앞당기자는 것이며 단계적으로 시장 반응을 조심스럽게 보면서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화가 우리 경제에 변동성을 좀더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매우 타당한 우려지만, 이번 조치는 단점에 대해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접근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 "경상수지 흑자가 유가 상승 때문에 다소 줄어들지만, 외환자유화 조치를 이와 연계해 뒤로 미룰 이유는 없다"며 "반면 이런 자유화를 통해 외환시장이 좀더 안정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 획기적으로 외환시장에 대한 환율 안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가 한은과 협조해 단기적인 시장 안정조치도 동시에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금융권에 대한 외화대출한도 폐지에 대해 "금융감독의 건전성 규제가 상당히 발전돼 시장실패에 대해서는 이런 감독을 통해 해소할 것"이라며 "자유화는 부의 효과가 크지 않고 경제적 발전을 자유롭게 이룰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한 부총리는 재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상속세 인하요구에 대해 "현재로서 상속세 제도에 대해 변경할 생각이나 계획이 없다"며 "우리나라 상속세 10~50% 누진적 체계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 만큼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한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 나머지 6개월이 지나간다면 5%성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많은 국제기관들은 올해 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의 충격흡수 능력은 그동안 굉장히 향상돼 올해 성장엔 그리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인플레 압력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등이 금리를 올리고 이로 인해 경기가 슬로우 다운될 수 있지만, 이런 규모가 큰 경제들이 과열을 막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간다는 측면에서는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세계 경제 여건은 그다지 나쁘지 않으며 내년을 봐도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