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믿어줬기에 도전" 멜로망스 김민석, 뮤지컬계 신성 향해 첫 발

by김현식 기자
2024.08.16 12:01:00

''하데스타운'' 주연 오르페우스 役
2015년 데뷔 후 뮤지컬 첫 출연
"활동 초기 돌아보며 캐릭터 연구"
"관객에게 좋은 기억 남기려 노력"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 김민석(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그녀를 안으면 세상을 안은 것 같아 / 세상이 내 품으로 들어온 듯 - ♪’ ‘어느새 나도 모르게 노래를 시작했지 / 랄랄라 랄랄랄라 - 랄랄라 랄랄랄 라 - ♪’

‘선물’, ‘사랑인가 봐’ 등을 히트시킨 듀오 멜로망스의 보컬 김민석(32)이 콘서트장이 아닌 뮤지컬 공연장에서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뽐내고 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인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가 김민석이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 청년 오르페우스로 분해 누비고 있는 새 무대다.

2015년 정동환과 결성한 멜로망스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민석의 뮤지컬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샤롯데씨어터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김민석은 “무대에 오르는 매일 매일이 새롭다”며 “관객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부담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며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민석은 2019년 웹드라마 ‘사랑인가요라 물었고 사랑이라 답하다’를 통해 연기에 도전한 바 있다. 이후 뮤지컬 출연 제안 또한 꾸준히 받았으나 일정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출연이 성사되진 않았다. 김민석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때마침 ‘하데스타운’이라는 좋은 작품과 만나게 됐다”며 “저의 가능성을 믿고 러브콜을 보내주셨다는 것이 도전의 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넘어온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두 개의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결합해 독창적 이야기를 펼쳐내는 작품이다. 인간과 뮤즈의 혼혈로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 중 가장 뛰어난 음악가로 꼽히는 오르페우스와 독사에 물려 지하세계로 떨어지는 에우리디케의 이야기, 봄·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겨울은 하데스와 지하에서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한 데 엮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민석은 “어릴 때 만화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열심히 봐서 작품이 친숙하게 느껴졌고 조금씩 이상이 실현되는 상황으로 나아가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과 노래 또한 마음에 들었다”고 작품과 처음 만난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멜로망스 활동 때처럼 노래하면 너무 부드럽게만 느껴질 것 같아서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발성을 연구하고 연습하는 데 힘썼다”면서 “박소영 연출(국내 협력 연출)님께 연기 동선 등을 세세하게 코칭 받은 게 특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 김민석(사진=이영훈 기자)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 김민석(사진=이영훈 기자)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진 뒤 우여곡절을 거쳐 ‘세상을 구원할 노래’를 완성해나가는 극의 핵심 캐릭터다. 김민석은 “노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라면서 “누군가에겐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는 목표를 강인하게 지키는 외골수적이면서 열정적인 캐릭터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분석하며 멜로망스가 첫 히트곡 ‘선물’을 품에 안기 이전의 상황을 되돌아보기도 했다고. 김민석은 “히트곡 탄생이 절실했던, 불안정한 데뷔 초 시기의 제 모습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한 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는 생각”이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극중 오르페우스는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곁을 떠나 지하 세계로 향한 에우리디케를 찾아 떠난다. 이 같은 선택에 대해 김민석은 “사랑에 깊이 빠지면 자신의 의견을 잃고 상대의 의견을 다 수용하고 헤아리려고 하지 않나. 오르페우스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현실의 저라면 그냥 ‘잘 가’라고 하면서 떠나보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오르페우스와는 다른 쿨한 면모를 드러냈다.

김민석은 조형균, 박강현과 함께 오르페우스 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배우별 특징을 짚어달라고 묻자 그는 “제가 (에우리디케의) 동갑 남자친구라고 치면, 형균이 형은 성숙미 있는 연상 남자친구, 강현이 형은 가냘픈 연하 남자친구 느낌이 나는 것 같다”고 답하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전 일단 연습을 통해 머리와 몸에 입력한 걸 충실히 이해하자는 생각과 배운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며 “‘센스가 없진 않네?’ ‘잘하고 있다’ 등 선배 배우 및 제작진이 건네는 칭찬의 말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 김민석(사진=이영훈 기자)
김민석은 노래를 부를 때 표정 변화 없이 평온한 모습으로 고음을 내는 모습으로 종종 주목받는데, 알고 보면 피나는 연습을 통해 지금의 경지에 닿은 ‘노력파’ 가수다.

그는 “사실 성대가 약한 편이다. 결절이 생길 뻔한 적도 있었고, 목이 아파서 보름간 노래와 말을 못 한 적도 꽤 많다”고 고백했다. 이어 “김범수 선배의 ‘보고싶다’ 1절을 부르면 2절을 못 부르던 시절도 있었고, 완곡이 가능해졌을 땐 2~3곡을 연달아 못 부르는 수준이었다”면서 “부를 수 있는 곡을 점차 늘려가면서 실력을 쌓았기에 노력의 힘을 믿는 편”이라고 부연했다.

김민석의 노력은 이젠 뮤지컬계에서도 이어진다. 뮤지컬계 신성(新星) 탄생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데스타운’ 공연은 10월 6일까지. 김민석은 “저의 가능성을 믿어주시는 분들이 또 나타나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뮤지컬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물론 내년이면 어느덧 10주년을 맞는 멜로망스 활동도 지속해나갈 계획. 김민석은 “멜로망스 활동은 이제 저에게 당연한 일이 되었고, 멤버인 동환이는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이어 “성향 차이 때문에 소원해진 적도 있었지만 술 한잔하며 털어낸 뒤로는 서로를 이해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웃어 보이면서 “앞으로 멜로망스와 솔로 가수 김민석으로도 열심히 달려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