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빠진 고교생…밤새 부표 들고 버티다 어민에 구조

by이재은 기자
2023.06.16 13:16:09

가양대교서 한강에 빠진 뒤1.5㎞ 떠내려와
스티로폼 부표 붙들고…밤새 구조 기다려
어민, 조업 후 돌아가던 길에 고교생 발견
“변사체 발견했어도 산 학생 구조는 처음”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한 고등학생이 한강에 빠진 뒤 부표를 붙잡고 7시간가량 버티다가 새벽 뱀장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어민에 의해 구조됐다.

행주어촌계 어민 김홍석. 김씨는 16일 오전 5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강 하류에서 부표를 붙들고 물 위에 떠 있는 고등학생 A군을 구조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경찰과 고양시 행주어촌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께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강 하류에서 실뱀장어 조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홍석(65)씨는 스티로폼 부표를 붙들고 물 위에 떠 있는 고등학생 A군을 발견했다.

김씨는 곧바로 어선을 멈추고 A군을 구조한 뒤 저체온증과 탈진 증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어민 쉼터인 바지선으로 A군을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난로를 피우는 등 체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 라면 2개도 끓여줬다.

이후 김씨는 인근 파출소에 전화해 오전 6시 30분께 A군을 경찰과 소방 당국에 인도했다. 행주어촌계 어민인 김씨는 한국해양구조협회 행주 구조대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저체온증을 호소했지만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지난 15일 오후 10시께 가양대교에서 한강에 빠진 뒤 1.5㎞를 떠내려오다가 어민이 쳐놓은 스티로폼 부표를 들고 구조를 기다린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0시께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수색이 이뤄졌지만 당시 A군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평소 변사체를 종종 발견하곤 했지만 이렇게 살아 있는 학생을 구조한 건 처음”이라며 “장시간 부표에 떠서 버틴 게 천만다행이고 마음이 아주 아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