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바닥에 엎드려 시위…이틀째 지하철 아수라장
by이소현 기자
2022.04.22 10:29:45
전장연, 28차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
3호선 경복궁역부터 열차 바닥 기어 이동
'시민 불편·강경 투쟁' 피해 호소 시민
"죄송한 마음…2001년부터 투쟁해와"
[이데일리 이소현 김윤정 기자] 22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은 또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장애인 대책이 미흡하다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시작하자 시위 참가자, 시위를 막으려는 경찰, 이를 취재하려는 취재진 등이 한꺼번에 몰리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
|
전장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2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려 바닥을 기어 지하철에 탑승했다. 박 대표는 열차 내 바닥에 엎드려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국비 지원하라’ 등이 적힌 스티커를 바닥이 일일이 붙여가며 힘겹게 양팔로 몸을 끌었다. 경복궁역에서 시작한 지하철 시위는 안국→종로3가→을지로3가→충무로를 거쳐 동대입구역까지 이뤄졌다. 중간에 지하철을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으며, 박 대표의 ‘오체투지(사지와 머리를 바닥에 대고 엎드리며 절하는 것)’ 형식의 지하철 시위는 1시간가량 진행됐다.
|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 |
|
이에 따라 서울 지하철 3호선 운행이 다소 지연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단체의 열차운행 방해시위가 진행되고 있다”며 “3호선 열차운행이 상당시간 지연될 수 있으니 참고해 열차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경찰은 “의도적인 지하철 운행방해는 철도안전법 위반 등으로 추후 법적 조치할 것”이라며 “신속하게 하차해달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경고 잘 들었다”며 “21년 동안 보장받지 못한 장애인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승객들과 갈등도 이어졌다. 한 승객은 “장애인들 불편하고 아픈 거 누가 모르겠느냐, 청와대나 국회로 가시라”며 “서민의 발인 지하철 이용하는데 너무 불편하다”고 시위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시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며 “오늘 경험하는 불편은 장애인 탓이 아니라 저 같은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해결 못 해 그런 것”이라고 사과했다. 다른 승객은 안타까운 시위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응원한다”며 에너지바를 전달하기도 했다.
|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한 시민이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대표에게 지하철 지연과 강경한 시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사진=김윤정 기자) |
|
박 대표는 “4월 중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장애인 평생교육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정치권이 함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다음 달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이 약속되고 전장연의 증인 채택이 이뤄진다면 다음 월요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종로구 주민이자 장애인 가족을 뒀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주민은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출퇴근길이 1시간40분이나 더 걸렸다”며 “장애인의 날 다음날부터 강경, 불법행동으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느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시작하기 전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먼저 사과를 드렸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비난과 모든 불편의 욕설도 다 수용하지만, 저희는 (장애인 이동권 등) 문제를 2001년부터 이야기 해왔다”고 양해를 구했다.
앞서 전장연은 인수위에 이동권·탈시설 권리 등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4대 법안(장애인 권리보장법·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장애인 평생교육법·장애인 특수교육법 개정안) 제정 및 개정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