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도 팔지도 못한다"…거래절벽 대선까지 간다

by하지나 기자
2021.11.21 19:22:04

[부동산시장전망]매수자·매도자 '동상이몽'
급한 매물은 증여…대출규제로 매수자도 눈치보기
공급 부족 풀리지 않는한 집값 상승세 지속
전세시장 불안도 가격상승 요인..상승폭은 둔화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인 A씨는 최근 전세를 주고 있던 집 한 채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가격은 최근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2000만원 더 높게 불렀다. A씨는 “어차피 종부세도 내야하고 양도세도 내야한다”면서 “요즘 거래가 안되다고 하던데 솔직히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지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에서 전세살이 중인 무주택자 B씨는 내집 마련 계획을 조금 늦췄다. B씨는 “올해 집값이 많이 올라서 불안했는데 요즘 집값도 주춤하는 것 같고 대출도 어렵고 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기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부동산 시장의 힘겨루기 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매수자와 매도자간 동상이몽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량 감소와 매물 증가는 일반적으로 집값 하락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절벽 현상은 일시적인 숨고르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1일 부동산 시장 전문가 10인은 최근 매매시장의 거래침체 원인으로 △대출 규제로 인한 유동성 축소 △단기 집값 급등 피로감 △세금 강화 등을 꼽았다. 매수자에게는 대출 이슈가, 매도자에게는 세금 이슈가 있다 보니 한마디로 팔지도 사지도 못하는 시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는데 가격대가 너무 많이 올라갔고 거기에 대출 규제까지 겹쳤다”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김인만 소장도 “대출 규제 때문에 살 사람은 줄었고 공급 측면에서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놔야 하는데 양도세에, 중과세에 막혀 있으니 매물도 줄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을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세금 부담이 커지자 집을 파는 대신 버티거나 증여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급한 매물은 대부분 소진됐고 그러다보니 여전히 매도자들의 매수희망가격과 매수호가의 격차는 크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주택 시장의 매도세와 매수세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매도거래가격과 매수희망가격의 갭이 커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거래절벽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살 사람은 많이 샀고 팔 사람은 지금 못 팔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양도세, 종부세 진퇴양난으로 전환점은 내년 대선이다. 대선 전에는 적극 매수나 매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거래부진이 집값 하락의 전조현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주택 공급이 본격화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안정되려면 공급이 돼야 하는데 당장 신축이 나올 순 없다. 결국 기존 주택이 많이 나와줘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기존 매물이 나오기 쉽지 않다”면서 “못해도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려면 2~3년 정도 지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거래량은 늘지 않아도 신고가는 계속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번째로는 불안한 전세시장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내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전세 물건들이 나올텐데 다시 한 번 전세 수급이나 전세시장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때 주거 안정 때문이든지 아니면 전세가 밀어 올리는 집값에 대한 우려이든지 매수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내년에 상당수 주택에서 임대차법 규제가 사라지면서 전셋값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다. 그때 매매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올해보다는 거래량 부진 속에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던 것에 대한 제동이 걸렸다”면서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보합권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 “보합장세에서 머물면서 남들이 많이 찾는 인기 지역이나 흔히 ‘똘똘한 한채’라고 불리는 아파트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