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사스, 차량용 반도체 출하량 끌어올렸다…"화재 전 수준 회복"

by김보겸 기자
2021.07.26 10:59:11

르네사스, 화재 피해 4개월만에 출하량 이전 수준 회복
자체 공장 돌리고 대만 TSMC에 "생산 늘려달라" 읍소
車업계는 한숨 돌렸지만…에어컨·디스플레이용 모자라

르네사스가 4개월 만에 화재 이전 수준으로 반도체 출하량을 회복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 차량용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가 출하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나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생산을 중단한 뒤 4개월 만에 화재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2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에 따르면 르네사스 나카 공장에서 출하되는 반도체 부품량이 가동을 멈추기 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월 생산을 재개한 르네사스는 “110일 이후에는 출하량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닛케이는 “상정한 속도대로 정상화에 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르네사스가 4개월 만에 반도체 공급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자체 생산공장과 해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 대체 생산에 박차를 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르네사스는 자체 생산 공정을 갖추기보다는 파운드리를 적극 활용하는 ‘팹라이트’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화재 이후 르네사스는 에히메현 사이조 공장에서 대체 생산에 돌입했으며, 대만 TSMC에 생산을 늘려달라고 경제산업성이 나서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르네사스의 출하량 회복에도 반도체 공급난이 당장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르네사스와 마찬가지로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네덜란드 NXP와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업체인 독일 인피니온도 2월 한파로 북미공장 가동을 멈췄다.

코로나19 여파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와 혼다자동차는 8월 공장 생산라인을 5일간 멈출 계획이다. 미국 보스턴컨설팅은 반도체 부족으로 2021년 전 세계 자동차가 500만대에서 최대 700만대까지 생산 차질이 있을 것이라 관측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는 비단 차량에 그치지 않고 있다. 에어컨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마이콘)이 모자란 탓에 미쓰비시전기는 6월 말부터 에어컨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액정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가 부족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기전자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대형 드라이버IC 수요는 전년보다 7.4% 늘었지만 파운드리 생산량은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톰 스위트 델 최고재무관리자(CFO)는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반기에도 디스플레이 등 비용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