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story]과메기 원조는 '꽁치'가 아닌 '청어'

by김상윤 기자
2015.12.12 18:36:22

청어 어획량 줄면서 꽁치가 대신
제조 과정 길어 어민도 꽁치 선호
원조 청어 과메기 유통량 5% 미만
잡은 꽁치 그대로 말린 '통과메기'도

어획된 청어. 꽁치보다 길이가 짧지만 몸집은 더 큰 편이다.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었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반찬 사고 과자 사고 할 돈은 없대요. 그래서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바느질을 맡아서 해 주지요. 바느질을 해서 돈을 벌어서 그걸로 청어도 사고, 달걀도 사고, 내가 먹을 사탕도 사고 한다고요.”

1935년에 ‘조광’ 잡지에 발표된 주요섭의 소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한 구절이다. 주인공인 옥희가 집안 사정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청어’가 등장한다. 옥희 어머니가 바느질을 해서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청어는 오랫동안 서민들의 밥상을 지켰다. 인근 바다에서 많이 잡혀 값이 싸면서도 맛도 좋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선비를 살찌우는 물고기라고 해 ‘비유어(肥儒魚)’라고 불리기도 했다.

겨울철 인기를 끄는 과메기도 원래는 청어로 만들었다. 청어가 많이 잡히던 시절 꼬챙이로 여러 마리의 청어 눈(目)에 구멍을 꿰어(貫) 말렸다고 해서 관목어(貫目魚)라고 불렸다. 목(目)이 포항 방언으로 메기라고 불리면서 관메기가 됐고, 받침 ‘ㄴ’이 탈락되며 과메기로 굳어졌다고 전해지고 있다.

과메기는 황태처럼 딱딱하게 말린 게 아니다. ‘반건조 오징어’처럼 수분을 30~40%를 보유하고 있다. 과메기를 먹을 때 차진 느낌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뼈와 내장을 제거하고 말린 꽁치 편과메기
현재 시중에서 팔고 있는 과메기 대부분은 ‘꽁치’ 과메기다. 1960년대부터 청어 어획량이 확 줄면서 지금 과메기는 꽁치가 청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 2~3년 전부터 청어가 다시 잡히면서 청어 과메기가 생산되고 있지만 생산량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사실 어민들도 청어 과메기보다 건조기간이 짧은 꽁치 과메기를 선호하고 있다. 청어는 길이가 꽁치보다 짧긴하지만 몸집이 커서 10일 이상 바닷바람에 건조해야 한다. 반면 꽁치 과메기는 3~5일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생산량이 적은 데다 작업 과정에서 인건비가 더 드는 만큼 청어 과메기는 꽁치 과메기보다 가격이 좀 더 비싸다. 야채, 양념장 등 포함한 꽁치 과메기 세트(1Kg)는 약 1만6000원 수준인데, 청어 과메기 세트는 약 2만원 수준에 팔리고 있다.



맛 차이는 없을까? 미식가들에 따르면 보통 청어 과메기는 감칠맛이 나는 반면 꽁치 과메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맛이 나는 편이라고 한다. 비린맛은 청어 과메기가 더 강하다.

심길보 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 박사는 “청어 과메기도 최근 청어가 잡히면서 일부 생산돼 유통되고 있긴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입맛이 꽁치에 익숙해졌고 제작도 쉬운터라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과메기는 꽁치 과메기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잡은 꽁치 그대로 말리는 통과메기
과메기는 바람과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만들기 쉽지 않다. 온도는 영상 4~5도가 유지되고, 바람이 잘 불어와야 한다. 우리나라 과메기의 80%가 포항 구룡포에서 생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룡포 지역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별로 없고, 북서풍이 잘 불어 과메기를 말리는 데 최적 조건이다.

김점돌 구룡포 과메기조합 이사장은 “꽁치는 붉은 생선이라 부패가 빨리 되는 터라 날씨가 안 좋아 습기를 먹게 되면 전부 다 버려야 한다”면서 “최근에는 날씨 영향을 피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기계로 말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과메기도 두 종류가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과메기는 편과메기다. 꽁치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반을 갈라 살만 말린 것이다.

반면 잡은 꽁치를 내장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은 통과메기라고 부른다. 내장이 들어 있는 만큼 건조할 때 부패할 염려가 있어 만드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 황태처럼 얼렸다 녹기를 반복해서 만든다. 제조 기간은 보통 10일 이상은 걸리는 편이다. 내장이 들어 있는 만큼 편과메기보다는 비린 맛이 더 나는 편이다.

2006년 4430톤 이었던 과메기 생산량은 지난해 5500톤까지 늘어났다. 생산액도 2006년 400억원에서 지난해 750억원까지 증가해 올해는 8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