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6m 통신구 화재로 멈춘 대한민국 통신망.. 황창규 회장 사과

by김현아 기자
2018.11.25 17:35:02

기간망 아닌 가입자선로(광케이블) 화재에 무방비
화재발생 24시간 지났지만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마포 등 통신 불안 여전
관로 이중화는 쉽지 않아..황창규 회장 "빠른 피해보상 노력" 약속
유영민 "사고시 타 통신망 우회로 확보 대책 등 지시"

[이데일리 김현아 이연호 기자]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지하 6m에 있는 통신구(관로)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시내 일부 지역에서 통신이 마비되는 사태가 하루 이상 지속했다.

통신망만큼은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던 우리나라에서 화재 사고로 하루 이상 전화와 인터넷이 마비되거나 불안하게 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번 사고가 국가기간통신망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가입자 회선 선로(광케이블) 화재로 인한 것이어서 완벽하게 이중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 시 빠른 복구를 위해 다른 통신사 망을 활용하는 우회로 확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황창규 KT 회장이 25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지사를 찾아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25일 KT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1시 11분경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음 날까지 서울 서대문구, 마포, 중구 지역의 KT이동전화, 인터넷, IPTV와 KT통신망을 쓰는 매장에서 통신 두절이나 불안 현상이 지속했다.

2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무선망은 63% 복구됐고 인터넷 회선은 97% 복구된 상태이나 해당 지역 KT 가입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KT는 이날밤 12시까지 통신망을 완전히 복구할 계획이라며 카드결제가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무선 라우터 1000대를 보급하기 시작했다.이번 화재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통신망 복구가 늦어진 것은 통신구에 얽혀 있는 광케이블이 타버렸기 때문이다. 불길은 잡혔지만 연기와 유독가스로 통신구 진입이 어려웠던 것도 시간이 지체된 이유가 됐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국가 기간망은 바로 백업이 되도록 돼 있지만 이번 화재는광케이블이 불에 타서 가입자별로 일일이 망을 개통해 접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T 아현지사는 다른 통신국사들과 달리 D등급이어서 통신국사 자체를 이중화하지 않았고, 현행 소방법상 500미터 이상만 스프링쿨러 장착이 의무화되는데 아현지사의 통신구는 150m여서 스프링쿨러가 없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25일 낮 화재가 발생한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공구에서 소방관들이 통신 공사업체 직원들과 함께 불에 탄 광케이블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아 기자
황창규 KT 회장은 아현지사를 방문해 고개를 숙였다. 황 회장은 “아현국사 화재로 여러 고객들에게 많은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 개인고객이나 자영업자 보상 문제는 빠르고 신속하게 대책을 만들겠다”며 “철저하게 점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현장을 찾아 “이와 같은 사고발생에 대비해 통신 3사 등 관련 사업자 간 우회로 등을 사전에 미리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