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우 기자
2007.04.17 14:03:09
담보 대출..채권발행으로 돈 중개
해약 없는 청약 예금..MMF로 돌려 무위험 수익
고객 혜택은 생색만
[이데일리 이승우기자] 은행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금과 적금 등의 형태로 모은 돈을 채무 불이행(연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자를 얹어 받고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 가장 전통적이다. 혹은 끌어모은 자금을 각 은행의 노하우를 이용해 외환이나 채권, 유가증권 등에 투자할 수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은행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은행이 큰 수고나 혹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도 쉽게 이익을 내는 비결이 있다. 시쳇말로 `앉아서 돈을 버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담보 대출과 고객들이 맡긴 뒤 좀처럼 해약하지 않는 청약예금이 동원된다.
먼저 은행이 담보 대출로 돈을 버는 비결.
현재 시중은행에서 1년 만기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는 6%가 넘는다. 담보를 설정해놓은 대출이라 신용대출에 비해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은행들이 이같은 담보 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 손쉬운 방법으로 채권 발행을 택한다. 대출을 해줄 액수만큼 고정금리 채권을 발행하면 자산과 부채가 같아져 추가적인 관리 및 리스크 관리가 거의 없게 돼 은행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은행채를 발행해서 확보한 돈으로 대출을 해주면 그만인 것.
주목할 것은 은행채를 발행할때는 대출을 해줄때보다 금리가 현저히 싸다는 것이다. 최근 1년 만기 은행채 발행금리는 5%대 초반으로 이렇게 확보된 돈으로 6% 이상 이자를 받는 대출을 해줄 경우 앉아서 1%포인트 이상의 차익을 얻게 된다. 물론 채권 발행 과정상 일부 경비가 들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혹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만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돈을 갚으면 조기 상환 수수료를 물리면 된다.
은행들이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는 청약예금에서 극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주택청약예금 금리는 3.55%~4.10% 수준이다. 주택청약예금의 경우 주택 당첨이 되기까지 10년 이상 묶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중도 환매의 위험이 거의 없는 돈이다. 중도에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무위험으로 운용을 할 수 있는 자금인 셈.
이 돈을 여러 방법으로 운용해 이익을 낼 수 있겠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손쉽고 편하게 운용할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만 맡기기만 해도 벌써 차익이 최고 1%포인트 이상 생긴다. 은행은 받은 돈을 그냥 MMF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MMF는 현재 최고 4.6%까지 금리를 주는 곳이 있다.
시장 금리 하락으로 MMF의 금리가 내려 수익 악화가 예상되면 주택청약예금 금리도 덩달아 내리면 된다. 대부분 변동금리이기 때문이다.
개인들로서는 은행들의 돈 놓고 돈 먹기식 장사가 부러울 다름이다. 이 때문에 안전한 장사를 통해 큰 이익을 거둬들이는 은행들이 고객에 대한 혜택을 더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원성이 높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이 주주에게만 돌려줄 게 아니라 이익의 원천인 고객들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수료와 대출이자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고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비해 급여통장 이자가 너무 적은 점 등이 고객들의 주된 불만이다. 여기에다 평일 근무시간을 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할 것을 추진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고객들을 이용해 돈을 벌어놓고 오히려 고객들을 찬밥 대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을 이용하는 한 직장인은 "매달 은행 월급통장에 돈을 꼬박꼬박 넣고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아나가고 있는데 그걸로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면 나같은 고객들에게 은행들이 고마워해야 하지 않냐"며 "높은 이자, 생색내기 수수료 인하 등은 고객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성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 9개 은행 및 금융지주사의 손익 합계가 4조1760억원으로 추정돼 은행들의 이익 사상 최고 경신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