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물로 아름다워져라"…단오날 조상들의 남다른 뷰티 노하우?

by이순용 기자
2020.06.25 10:00:5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단오’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는 여성들의 모습이다. 이때 조상들이 행했던 단오 풍습은 현대에서도 ’똑똑한 뷰티 노하우‘로 작용하기도 한다. 365mc 노원점 채규희원장과 모제림성형외과 황정욱 원장의 도움말로 단오날 행하던 조상들의 뷰티 꿀팁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유독 단오에 조상들이 미용에 신경 쓴 이유는 뭘까. 최근에는 규모가 축소됐지만, 과거 조상들은 ’단오‘(端午)를 크게 지냈다. 단오는 매년 음력 5월 5일(양력 6월 무렵)로 1년 중 가장 양기가 가장 강한 날로 여겨졌다. 조상들은 이날 특정 행동을 함으로써 잡귀와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날이 따스하게 풀리고 한바탕 축제 분위기로 넘실거렸던,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곱게 치장해 바깥 나들이를 하고 싶은 조상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새콤달콤 앵두화채, 다이어터는 ’하루 한잔만~‘

조상들이 무더위를 이겨 내기 위해 마시던 앵두화채는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음료다.

채규희 원장은 “앵두화채의 주재료인 앵두는 수분대사를 활발하게 도와 부종을 가라앉히고 유기산이 풍부해 신진대사 촉진으로 무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시켜 준다”며 “특히 앵두 속 식이섬유소인 팩틴은 장의 연동 운동을 자극해 변비 예방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앵두화채는 단오에 꼭 챙겨먹던 청량음료다. 1800년대 후반의 조리서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온 앵두화채 레시피를 살펴보면, 앵두의 씨를 빼낸 뒤 이를 꿀에 절이고, 꿀물에 절인 앵두와 잣을 함께 넣어 먹는 게 핵심이다. 단,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앵두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

채 원장은 “앵두화채로 앵두의 효능을 똑똑하게 얻고 싶다면 ’당분 조절‘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앵두화채의 단맛을 낼 때 설탕 대신 꿀이나 오미자를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앵두화채는 하루 한잔으로 충분하다.

그는 또 “현대에서는 화채를 만들 때 과일을 설탕에 듬뿍 절이고, 화채 베이스(국물)로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당분과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할 우려가 있어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체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달지 않게 즐기려면 탄산수에 앵두를 으깨 넣은 뒤 설탕이나 꿀을 넣지 않고 에이드처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창포 속 아사론, 두피·모발 건강 증진



단옷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것은 전국적으로 행해지던 풍습이다. 조상들은 이를 통해 잡귀를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덧붙여 머리 미용에도 좋았다. 단옷날 한창인 창포를 베어 머리를 감음으로써 그동안 발랐던 동백기름을 지우고, 두피를 맑게 씻었다.

학자들은 이같은 믿음은 창포가 벌레를 쫓아내는 성질을 가진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실제로 창포 뿌리에는 휘발성 성분인 ’아사론‘(asarone)과 사포린계 성분이 들어 있다. 이런 물질은 해충이나 곤충을 쫓아냈고, 이는 곧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풍속사전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은 과거 조상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 ’머릿결이 좋고 흰머리가 많이 없어졌다‘거나, ’머리에서 윤기와 향기가 나고,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도 속초에서는 창포잎 대신 창포뿌리를 삶는데, 이럴 경우 머리카락 끝이 갈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현대에서도 창포뿌리추출물을 샴푸에 적용하기도 한다. 벌레를 쫓는 아사론 성분은 두피 가려움증 및 비듬 관리를 돕고, 실제로 모발에 윤기를 부여하는 성분으로 쓰고 있다. 이를 통해 청포물을 삶는 ’청포탕‘을 만드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모제림성형외과 황정욱 원장은 “현대에는 다양한 샴푸를 이용해 두피와 모발을 청결히 하고 탈모를 예방하고 있는데 이런 과학기술이 없던 과거에도 우리 선조들은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창포와 같은 식물재료를 이용해 두피와 모발건강을 챙긴 것에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창포가 은은한 자연향으로 미용효과도 있어 조선시대 대표적인 샴푸 대용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단오날 대표 놀이 ’그네뛰기‘, 허벅지 근력 키웠다?

그네뛰기는 단오날 여성들의 대표적인 놀이로 알려졌다. 그네뛰기의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나와 있지만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평소 집안에만 있던 여성들은 단옷날만큼은 신나게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여성들은 그네를 뛰며 높이 올라가 나뭇잎이나 과자를 입으로 따오거나, 그네를 누가 더 멀리, 높게 나는가 겨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운동량이 적던 당시 여성에게 그네는 좋은 활동이었다. 채 원장은 “그네는 현대인이 즐기는 유산소운동이나 근력운동에 비해 소모 칼로리는 적지만, 당시에는 균형감각을 기르고 허벅지 근육에 자극을 주는 운동으로 여겨졌던 듯하다”며 “물론 1년에 하루 그네를 뛴다고 해서 체형 교정효과나 근력이 증진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