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393兆 투자유치…"엄청난 날" 트럼프 모처럼 웃었다(재종합)

by김형욱 기자
2017.05.21 17:44:57

중동·유럽 아우르는 아흐레 일정 첫 해외순방
러 유착-FBI 국장 해임 논란 일시적으로 소강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 와 살만 빈 압둘아지즈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AFP(사우디 왕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3500억달러(약 393조원)라는 엄청난 규모의 경제외교 성과를 달성했다. 대선 당시 러시아와의 내통설을 수사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정보국(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이후 끊이지 않던 러시아 스캔들로 인해 압박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회담 후 1100억달러(약 124조원) 규모의 무기계약을 포함해 총 35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6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록히드마틴사 블랙호크 헬리콥터 150대 현지 조립생산 계약을 시작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도 미국 기업과 500억달러 규모의 비(非)석유사업 관련 계약을 맺기로 했다. 미 엔지니어링 회사 제네럴일렉트릭(GE)도 150억달러 규모의 현지 수주 계약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 (창출)를 위해 미국에 수 천억달러를 유치한 엄청난(tremendous) 날”이라고 자평했다.



사우디도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보다 더 극진했다는 게 외신의 대체적 평가다. 국왕이 직접 공항에서부터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맞았고 하루 일정 대부분을 함께 소화했다. 오바마는 사우디와 적대 관계의 이란에 유화적이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도 미온적이었다. 사우디와는 ‘코드’가 맞지 않았던 셈이다. 사우디로선 이란 제재에 강경하고 시리아 정부군 격납고를 폭격한 트럼프가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 틸러슨은 지난 19일 이란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한 친(親) 서방 성향의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도미사일 시험 등을 중단해야 한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언론도 모처럼 러 유착설에서 벗어나 이번 방문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곳 방문을 시작으로 아흐레 동안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이탈리아 로마와 바티칸,유럽연합(EU)의 중심 벨기에 브뤼셀 등을 찾는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이번 순방으로 FBI 국장 해임에 따른 정쟁에서 눈길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의 새로운 보도가 잇따르며 관련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다 이번주 중 코미 국장의 의회 증언도 예정돼 있어 4개월차를 맞은 트럼프 정부의 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우디에 도착해서도 트럼프가 러시아 외교장관과 만나 해임된 코미 전 국장을 ‘미치광이(nut job)’라고 욕했다는 전일 NYT 보도를 해명해야 했다”고 전했다. NYT는 “탄핵 압력 속 하야한 닉슨 전 대통령도 미국 내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해외 순방을 떠나며 눈을 돌리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순방 기간 외교에 집중한다지만 한 눈은 워싱턴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