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5.07.12 16:41:18
유로그룹 재무장관 반응 부정적
12일 타결돼도 독일 등 의회 비준 ''높은 벽''
그렉시트 가능성 대비 ''플랜B'' 준비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구제금융안 부결에 환호했던 것도 잠시. 그리스를 둘러싼 먹구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구제금융안 협상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험로가 예상된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에서 타결돼도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 의회에서 비준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첩첩산중이다.
1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개혁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튿날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 전후로 나온 발언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피터 카지미르 슬로바키아 재무장관은 유로그룹 회의 전에 “그리스 경제는 점점 심해로 가라앉고 있다”고 지적했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부채탕감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무장관은 회의 이후 “상황이 더 나아질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재무장관들이 우려한 부분은 과연 그리스가 개혁안을 이행할 수 있을 지 여부다. 지난달 29일 은행 영업정지 이후 그리스 금융시스템은 붕괴 직전인데 개혁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 개혁안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다 알기 때문에 이 협상을 진행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과 핀란드 등 주요 국가들이 공개적으로 그리스의 부채탕감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에 뒤늦게 가입한 후발국들도 그리스를 맹비난하는 분위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유로존 내에서도 비교적 경제규모가 작고 부유하지 않은 국가들이 좀 더 강력한 개혁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그리스 위기가 시작된 이후 유로존에 합류한 국가들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허리띠 졸라매고 고통을 감내했는데 그리스는 그만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구제금융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 일요신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존탁스자이퉁이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5년 동안 제외하는 안이 나왔다고 전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기도 했다. 유로그룹 회의에서 한시적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방안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단락됐지만 유로존 국가들이 그렉시트 대비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만일 유로그룹이 그리스 구제금융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12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인한 예상치 못한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CNN머니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