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집값 "부양책 안 먹힌다"

by박성호 기자
2008.10.23 13:43:20

금리상승 부담 급매물은 늘지만..매수세 실종 여전
경제위기 불안감 해소가 시장 활성화 관건

[이데일리 박성호 김자영기자] 정부의 10·21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급매물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매수자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강남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는 7억8000만~8억2000만원으로 10월 초순보다 2000만~3000만원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112㎡는 이달 초만 해도 9억8000만원 정도였지만 최근 9억원까지 가격이 하락한 급매물이 등장했다.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단 일시적 1가구2주택 양도세 유예기간 연장과 처분조건부대출에 관해서는 문의가 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랜드공인 관계자는 "집을 내놓고 1년이 지나도록 집이 나가지 않던 집주인들은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유예기간이 완화된다는 소식에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라며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오히려 아파트 거래 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지역 전체에 매수세 실종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10·21대책 발표 후에도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 완화 뜻을 내비치면서 시장에서는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다. 반면 대책과는 상관없이 금리상승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늘어나면서 급매물은 계속 나오고 있다.

잠실주공5단지 중앙공인 관계자는 "급급매물이라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며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이 나와도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위기가 부동산 등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포동 한 공인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인 2006년 이전에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대출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 정책으로 시장 흐름을 바꿔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은 "과거 같았으면 연이은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에 이미 집값이 들썩였을 것"이라며 "경제 전반이 침체돼 있고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정부대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