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병수 기자
2004.07.09 11:45:14
[edaily 김병수기자] "한나라당도 답이 없구만"
9일 이른 아침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 주최로 열린 최고 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이날 강연을 맡은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에 대해 예상밖의 쓴소리들이 쏟아졌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해법을 찾는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이 의장은 "현재 가중되는 경제난의 상당부분은 청와대와 여당發"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지목하면서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무슨 대책이 나와도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여정부에 대해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혼령만 끄집어내는 무당집단"이라는 비난하고 "개혁중의 개혁은 국가경쟁력을 위한 개혁이고 시장에서 원하는 방법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의 경제관을 직접 겨냥, 비판의 날을 세웠던 이 의장은 그러나 강연후 질의응답에서 부담스러운 질문들로 곤혹해했다.
한나라당과 전경련의 관계를 무 자르듯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거리가 참여정부보다 더 멀다고는 할 수 없는 일종의 텃밭(?). 하지만 이 의장에게 쏟아지는 질문들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한 질문자는 한나라당의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생각과 국토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따졌다. 이 질문자는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고 단정하고 국토균형발전 방안을 먼저 물었다.
이에 이 의장은 "한나라당은 그 동안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찬성당론을 수정한 적이 없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국토균형발전 방안에 대해선,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수도권 과밀화 문제 등의 (여당의) 논리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해 어정쩡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내수부진에 따른 경기회생 대안`을 묻는 질문에는 한나라당의 구체적인 정책보다는 "노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밑빠진 독"이라는 말하면서도 책임있는 정책야당으로서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추경 문제에 대해선, "외부 쇼크를 받았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재정밖에 없고, 앞으로 고령화 등을 감안하면 더욱 (재정이) 어려워질텐데, 추경남발로 재정규율만 파괴되고 있다"고 반대입장을 밝히면서도 "추경규모는 예결위 상임위화와 맞물려 있다"고 말한 것도 결국 추경이 정치적 협상대상임을 드러내 앞뒤가 안맞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신을 전직 은행원으로 소개한 한 질문자가 "자금은 남아 도는데 돌지 않아 문제"라며 자금 선순환 대책을 묻자, 이 의장은 "아주 쉽다. 기업들이 자금을 달라고 아우성치게 만들면 된다. 기업들이 투자하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참석자들이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최근 국회 한나라당 대표연설을 통해 밝힌 감세정책을 소개했으나, 이 마저도 "당초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했으나 중기업이 들어가면 세수감소가 너무 커 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 의장이 강연도중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수도권/비수도권 문제에 대해 정부의 직접 개입이 필요하는 의견을 제시하자 한 질문자는 "대기업들한테 작은 기업 도와주라는 것이냐? 근본적으로 경제원리에 맞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 의장은 이에 대해 "우리의 자본주의 경험은 일천하다. 국민들의 이해도가 높지 않다.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다른 문제일 수 있다"면서도 "이는 결국 여러분(기업)들의 선택의 문제"라고 톤다운을 시도, 부담스러운 질의응답을 마치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