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01.11.14 12:42:05
[edaily] 반도체 D램가격이 연일 강세다. 13일 기준으로 동남아 현물시장에선 128M SD램 가격은 지난주 초반 최저가대비 90% 가량 급등한 1.70달러를, 256M SD램은 38% 정도 오른 3.30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영향으로 반도체주들이 연일 강세다. 특히 시가총액 1위사인 삼성전자는 20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5개월래 최고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도 14일 600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의 반도체가격의 반등과 삼성전자의 강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대표적인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인 전병서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과 최석포 메리츠증권 부장의 견해를 종합한다.
◇반도체가격 반등과 의미는
전병서 위원은 최근 반도체 급등에는 삼성전자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11월들어 128M SD램 가격을 올린 점이 영향을 미쳤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조연으로, 윈도 XP는 배경화면으로 작용하며 반도체가격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특히 하이닉스 반도체가 휘청거리고 경기가 침체된 틈을 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전세계 시장지배율은 50%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번 반도체가격 급등의 이면에선 상위사들이 담합하면 언제든 가격 콘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최석포 부장은 하이닉스가 유동성 개선으로 저가판매를 자제한데다 동남아 및 미주 소재 일부 모듈(Module)업체와 중소 PC업체들이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긴급성 물량확보에 나선 점이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분석한다.
또한 중국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하이닉스반도체의 물량중 일부 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해 중국 PC업체들이 물량확보를 타 D램 업체로 긴급히 전환한 점도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등이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가격인상을 시도했고 여타 D램 업체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시장으로의 방출량을 제한적으로 운용한 점도 그 배경이란 분석이다
◇비수요기, 내년 1분기에 대한 견해는
최석포 부장은 내년 1분기는 비수기인데다 결산기를 맞아 반도체 재고물량도 출회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4분기 계절적 수요마저 실종돼 재고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2~3월중엔 반도체가격이 바닥을 칠 가능성이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
반면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1분기는 비수요기이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결산기를 맞지만 원가구조상 밀어내기식 재고정리가 쉽지 않고 내년 3분기 이후를 내다본다면 재고를 가져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고 그는 전망한다.
또한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우도 자금문제로 지난 9월과 10월중 물량을 쏟아냈지만 연말께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이루어지면 그런 현상도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도체 경기, 본격적인 반등시점은
전병서 위원은 반도체경기는 내년 2분기말이나 돼야만 본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반도체경기는 올 4분기중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예상보다 4분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고 이로 인해 내년초부터는 반도체경기가 조금씩이나마 개선추이를 보일 것이란 게 전 위원의 생각이다.
최석포 부장은 내년 1분기중엔 경쟁력 열위업체들이 한계를 느낄 것으로 내다본다. 따라서 내년 1~2분기중 8인치 기준으로 월 3만매 이상의 D램 생산라인이 5개 이상이 폐쇄될 수 있다면 D램 가격은 내년 2분기중 회복 시그널을 보이고 3분기부터는 세계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회복속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투자전략은
전병서 위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나 반도체 D램 가격 모두 단기급등한 만큼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급격한 가격조정은 예상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나 반도체가격이 어느정도 하방경직성을 유지하며 기간조정 정도를 거칠 것이란 생각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이라면 지금은 바이 앤드 홀드(Buy & hold)전략이 맞다고 말한다.
전 위원은 한가지 변수를 꼽는다.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덤핑제소 문제. 아직은 얘기수준이라 별로 할말은 없지만 만의 하나 덤핑문제가 불거진다면 삼성전자에는 다소 충격을 줄 수 있으나 투자자의 입장에선 절호의 매입찬스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최석포 부장은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한다. 삼성전자나 반도체가격이 단기간에 너무 급등했고 D램 가격이 기조적인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D램 가격은 지난해 이 맘 때(11월23~29일)에도 동남아 현물시장에서 급등후 큰 폭으로 떨어진 경험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은 단기적으로 볼 때 현물가격이 일주일 사이에 지나치게 폭등, 브로커(Broker)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현저히 증가했고 일부 모듈업체 및 중소 PC업체들의 초단기 납기 수행을 위한 재고확보가 어느정도 이뤄진 점에 비춰볼 때 금주말이나 내주중에는 D램 현물가격이 조정과정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