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탈리아·스페인, 中 지지…전기차發 관세 갈등 해소될까

by이명철 기자
2024.09.18 14:45:16

왕원타오 中 상무부장, 전기차 관세 인상 목전 유럽 방문
유럽 주요국, 관세 인상 반대하며 중국과 경제 협력 의지
‘중국산’ 관세 인상 이어져…“中 수출 타격 불가피해”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불거진 무역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까.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갈등이 불거졌지만 중국이 대화를 지속하면서 최근 관계가 개선되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유럽 내 국가들이 잇따라 중국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여론을 주도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서방 주도의 중국 견제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전망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오른쪽에서 여섯번째)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이탈리아측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왼쪽에서 네번째) 등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중국 상무부)


18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은 현재 EU를 방문해 현지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회담을 열고 있다. 지난 15일과 16일에는 이탈리아, 18일은 독일을 찾았다.

왕 부장이 유럽을 찾은 이유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에 따른 관세 인상과 관련해 협상하기 위해서다.

EU는 지난달 19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최대 46.3%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5일 상계관세 확정 시행 여부를 투표할 예정인데 여기서 15개 이상 회원국이 찬성하면 올해 11월부터 5년간 관세 인상이 시행된다. 이번 투표를 앞두고 중국의 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왕 부장이 직접 EU와 협상에 나선 것이다.

왕 부장의 순방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상무부는 전날 볼프강 슈미트 독일 연방총리청장(장관)이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독일측은 EU와 중국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전기차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길 강력히 희망하고 항상 관세 부과가 해결책이 아니라고 믿어왔다”며 “EU 집행위원회 업무를 계속 수행해 적절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독일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16일에는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왕 부장과 회담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EU-중국 양자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EU 집행위가 대화·협상을 통해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을 방문해 이달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도 했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EU와 중국간 타협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원국뿐만 아니라 EU집행위원회도 우리의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EU의 결정에 압박을 가했다.



왕 부장은 오는 19일에는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 담당 집행부위원장을 만나 회담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중국 장쑤성 타이창의 항구에 수출을 앞둔 중국 전기차들이 대기 중이다. (사진=AFP)


중국은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앞두고 EU산 돼지고기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하며 대응하는 한편 주요국 지도자들과 접점을 넓히며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투자 등 경제·무역 협력이 필요한 유럽 국가들도 중국과 대화를 지속하는 분위기다. 이달에는 스페인과 함께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가 초청을 받고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각각 올해 4월과 7월 이미 중국을 다녀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T)는 왕 부장과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과의 회담이 EU의 반보조금 조사와 중국 전기차 산업을 겨냥한 후속 관세와 관련한 무역 긴장 고조를 피할 길을 제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 중국-유럽 관계 센터 부소장인 지안 쥔보는 GT와 인터뷰에서 “EU가 전기차 무역 분쟁 문제에 대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대화가 관세 분쟁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며 EU는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이 EU와 대화를 통해 갈등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계속되는 견제는 결국 중국 경제와 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압력이 선진국을 넘어 저개발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중국 수출 성장은 점점 더 큰 위험에 직면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SCMP는 미국, EU에 이어 캐나다, 브라질, 튀르키예, 인도 등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명단이라고 지목했다.

홍콩에 위치한 컨설팅업체 가베칼드래고노믹스의 중국 리서치 부국장인 크리스토퍼 베도르는 “수출은 중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성장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며 “관세 때문에 외부 수요가 위축하면 중국 관료들은 부채를 통제하면서 고성장을 유지해야 할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