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민 기자
2012.02.13 13:11:29
시정명령 불이행시 위상추락 불가피
KT "제재해도 차단조치 지속"
방송중단 케이블TV 제재도 2개월째 지연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KT 제재수위를 두고 고심중이다. 방통위의 위상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차단조치 해제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하지만 들고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아울러 최시중 방통위원장 사퇴이후 전체회의가 파행운영되는 등 방통위의 의사결정 속도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 9일 KT(030200)가 트래픽 과부하를 이유로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정명령, 사업정지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즉각적이고 엄중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방통위의 엄포에도 불구, KT는 10일 접속차단을 강행했다. 특히 KT는 방통위의 제재가 이뤄져도 접속차단 조치를 철회할 계획은 없다며 완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 관계자는 "방통위의 제재는 접속차단 문제를 검토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사안"이라며 "삼성전자(005930)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접속차단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KT가 방통위의 `경고`를 무시한 배경에는 방통위가 `사업정지` 등 극단적인 제재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재수단이 많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사업정지나 면허취소 등은 되레 더 큰 이용자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꺼내들기 어려운 카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15일 전체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이날 회의에 제재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은 낮다. 아직 제재수위를 두고 입장 정리가 끝나지 않은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같은 사안에 대해 여러 제재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만큼 접속차단 해제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중"이라며 "현재는 KT의 접속차단 조치가 법을 위반한 행위인지, 위반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느 조항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접속차단 조치 철회를 명령해도 KT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 경우 방통위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어 방통위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방통위의 권위 실종은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말 지상파 3사와 케이블TV간의 재송신료 갈등으로 1200만 가구에 대해 KBS2 방송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방통위는 방송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과징금은 물론 최대 3개월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 송출이 재개되고 지상파와의 협상이 타결국면에 들어서자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제재대상이 94개사나 돼 일일히 의견을 듣다보니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며 "위원장 사퇴이후 긴급한 안건만 전체회의에 올리고 있어 언제 결론이 내려질 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